이번 공세에서 특히 오바마 미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파키스탄의 협력이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8년의 전쟁 동안 100억 달러 이상의 군사 원조를 대가로 미군을 도왔던 파키스탄이 이번에는 인도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과의 국경에 병력을 증파하기보다는 견원지간인 인도와의 국경 수비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자국 내로 유입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등을 이유로 미군이 아프간 남부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BBC>의 객원 칼럼니스트인 아메드 라시드가 29일 기고한 글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에는 탈레반의 근거지가 없으며, 오히려 미국이 벌이는 공세 때문에 탈레반이 자기네 나라로 쫓겨들어와 안보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파키스탄은 인도가 파키스탄 내 분리주의자를 후원하고 있다면서 신경을 그쪽에 쓰고 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은 미국이 인도와 군사 협력을 약속하면서 자기들을 흔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파키스탄 정국을 민간 정부가 아닌 군부와 정보부(ISI)가 주도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라시드는 전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이 같은 비협조는 결국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군사 원조를 받으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올 5월 미국의 원조를 약속 받은 후 자국 내 탈레반 소탕작전에 나가서도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다. 더군다나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 군부의 영향력이 날로 약화되는 상황이어서 오바마 행정부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다음은 아메드 라시드의 <BBC> 기고문 전문이다. (☞전문 바로 가기)
▲지난 12일 아프간 헬만드 지역에서 전투를 대기하고 있는 병사 ⓒ로이터=뉴시스 |
탈레반 문제를 둘러싸고 커져가는 불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 지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키스탄의 여러 세력들과 미국 사이에 최근 심각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대선, 미군의 헬만드 공격, 파키스탄 내 탈레반을 다루는 문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관계 및 파키스탄-인도 관계의 잠재적 악화 등 어우러져 문제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불화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을 향상시키는데 정치력을 집중시키고 있고, 탈레반 소탕에서 파키스탄의 협조를 더 많이 받아내는 데 정치력을 모으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6일 이집트에서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총리가 만났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첩보 문서를 하나를 넘겨주었는데, 인도가 파키스탄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었다.
이 문서는 파키스탄 발로치스탄 지역 분리주의자들의 저항을 위해 인도가 전투요원들에게 돈을 지원하고 군사훈련도 시켰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인도가 탈레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Baitullah Mehsud) 등 파키스탄 내 탈레반을 지원한 내용도 있다.
파키스탄 총리가 인도 총리에게 이 문서를 준 것은 분명 보복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파키스탄 군부가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를 비롯한 아프간 탈레반의 지도부에게 은신처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는 미국과 나토의 주장에 대한 반발이었다.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23일 알카에다의 지도부 또한 파키스탄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는 파키스탄이 LeT(2008년 11월 뭄바이 호텔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세력)을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펀자브 지방에 계속 숨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총리의 문서 제출을 계기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앙숙관계는 더 악화됐다. 그리고 이 지역 전체의 안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또한 이 문건은 파키스탄의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군부가 민간 정부보다 더 큰 입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군부의 시각
과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실용적이고 화해를 추구하는 정책 노선을 취했다. 양국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테러리스트는 출신을 불문하고 모두 단속할 것이라고도 맹세했다.
그러나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군부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방의 외교관들은 파키스탄이 인도에 건넨 문서는 얼마 전 파키스탄 군부와 정보부(ISI)가 일부 외신기자들과 외교관만을 불러 모아 실시했던 일련의 브리핑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파키스탄 군부는 브리핑에서 인도가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파키스탄을 흔들어 놓으려는 것을 미국이 막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ISI는 또한 파키스탄 내에 아프간 탈레반은 없다고 말했다. ISI는 오히려 미국과 영국의 헬만드 공격 때문에 탈레반들이 발로치스탄으로 도망쳐 나옴으로써 파키스탄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방의 외교관들은 이같은 파키스탄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들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패배하자 파키스탄이 발로치스탄에 그들을 위한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파키스탄 군부는 또 미국이 무인전투기를 이용해 파키스탄의 지방 지역에 대한 폭격을 당장 멈추고 파키스탄과 군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파키스탄 군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7월 인도를 방문해 핵원자로와 신예전투기를 인도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에 분노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상황은 8월 20일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탈레반은 여전히 이번 선거를 방해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의 헬만드 공격은 탈레반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고, 전투가 계속된다면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의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질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7월의 첫 3주 동안 전쟁 후 가장 많은 수의 병사를 잃었다.
불확실성
▲ 폭격을 피해 집을 떠난 파키스탄 주민들이 지난 17일 스와트 밸리로 돌아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현재 파키스탄은 미국의 유사한 시도에 협조를 하고 있지 않다. 파키스탄 안에는 아프간에서 온 탈레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파키스탄이 2004년 때처럼 탈레반에 비슷한 종류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도 확실하지 않다.
한편, 인도는 파키스탄이 LeT 등 펀자브 지방의 무장 세력을 소탕할 때까지 파키스탄과 정상 관계로 돌아오기는 어렵다고 미국에게 명확히 밝혔다.
파키스탄 군부는 파키스탄 내 탈레반을 스와트 계곡에서 몰아냈지만, 지도부를 죽이지는 못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현 정부와 국민, 미국으로부터 이 탈레반 지도부를 축출해 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군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도와의 긴장 때문에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 엄청난 병력을 묶어둬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방 외교관들은 "파키스탄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탈레반하고만 싸우려고 할 뿐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탈레반과 상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유럽, 인도를 한편으로 하고 파키스탄을 다른 한 편으로 하는 이 같은 갈등이 커지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의 기세는 누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고, 그로 인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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