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프간군은 공격 초반 별다른 피해없이 남부 헬만드주(州)의 가름시르와 나와 지역을 점령했고 탈레반의 근거지인 칸 네쉰 지구도 차지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정면 대응을 피하면서도 폭탄을 매설하는 등 게릴라전으로 강력히 반격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군과 나토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헬만드에 주둔해 있던 영국군 5명이 지난 10일 폭탄 테러로 숨졌고, 11일에는 미군 4명도 목숨을 잃었다.
공습이 시작된 후 15일까지 이렇게 사망한 미-나토군의 수는 43명으로 2008년 6월 한 달간 사망한 46명에 육박하며 '피의 7월'을 맞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침략자의 무덤'이라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서서히 묻히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8월로 예정된 아프간 대선 전에 탈레반 세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미국과 이에 저항하는 탈레반이 팽팽한 긴장을 이루면서 이번 대공세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4일 아프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헬만드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미-아프간군과 탈레반의 생생한 움직임을 전하는 르포를 내보냈다.
미-아프간군은 파키스탄 쪽 국경을 봉쇄해 탈레반의 보급을 차단하고 탈레반의 주된 수입원인 마약 생산까지 막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점령지 주민에게 장기적인 안전을 보장하면서 대선 투표 실시 등 정치적인 안정까지 도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알자지라>의 리포트에 따르면 그게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투 지역의 주민들 중에는 미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자만 늘어난다며 반발하는 이들이 많다. 미군은 주민들이 외지인에 대한 반감 때문에 탈레반 편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원로들과 관계를 가지려 노력중이다.
미국과 아프간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지만 게릴라전으로 응수하는 탈레반을 완전히 몰아내기엔 병력이 부족하다고 투덜대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군을 새로 충원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든다. 이번 공세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탈레반은 '강철 그물' 작전으로 '검의 공격'을 가하는 미군을 막아 내겠다고 경고한다. 대공세 초기의 현지 상황을 짐작케 해주는 <알자지라>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보기)
아프가니스탄 대공세의 새로운 과제
아프가니스탄 경찰 사령관인 파리드 노르자이(Fareed Nourzay)가 경찰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것을 보며 기자는 그가 매우 뛰어난 경찰 중 하나라는 걸 확신했다. 그의 동료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는 아마도 그러한 용맹 때문에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파리드는 지난 토요일(11일) 헬만드의 주도인 라쉬카르가 외곽에서 그가 탄 차량이 급조폭발물(IED)을 건드리며 폭파되어 숨졌다.
취재진은 그가 죽기 며칠 전에 그를 만났었다. 그는 우리가 헬만드-칸다하르 간 고속도로에 고립되었을 때 미-아프간 연합군 기동대를 안내하면서 우릴 도왔다.
취재진은 헬만드에서 1주일을 보낸 뒤 더는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해 수도 카불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라쉬카르가 외곽 15km 지점에서 멈춰야만 했다. 그 지역을 장악한 탈레반이 다리를 끊고 검문소를 설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당신들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무사한가요?" 파리드는 도로에서 6시간을 기다린 우리에게 물었다. 파리드를 만난 곳은 그가 IED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곳에서 불과 몇 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그는 위험한 나라에서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헬만드 주는 아프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 중 하나다.
미-아프간 연합군이 탈레반 통제 지역을 차지한 곳은 라쉬카르가로부터 멀리(many kilometres)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작전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설사 정부의 통제에 놓인 주도(州都)에서도 탈레반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살 폭탄 공격으로 아프간의 사설 경비원 4명이 죽었고 주지사 공관에는 로켓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것이 탈레반의 공격 방식이다. 정면충돌에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탕이 까다롭다. 또한 탈레반들은 길가에 폭탄을 설치해 대량 살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영국군과 미군의 후방을 치고 있다.
탈레반 보급로 차단 위해 국경 봉쇄
▲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의 칸 네쉰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미 해병과 아프간 경찰 ⓒ로이터=뉴시스 |
헬만드는 탈레반의 마약 거래 온상이자 탈레반 전투요원들의 안전한 피난처다. 그들이 그곳을 그냥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경찰은 탈레반의 주요 보급로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헬만드 지역의 아사둘라 신자드 경찰 사령관은 "우린 파키스탄으로부터 탈레반에 보급이 들어오는 걸 차단하기 위해 바람샤 국경을 봉쇄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이 지점을 통과해 헬만드로 들어오고, 그후 적어도 다른 네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국방부 관리들은 이 지역 탈환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히르 알 아지미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양귀비를 재배하는 지역을 장악하면 탈레반은 자금줄이 끊기게 된다"며 "탈레반은 많은 마을 주민들을 (양귀비 거래에서 생기는) 돈으로 매수해 강제로 전투요원으로 차출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지역을 통제하게 되면 탈레반 병력의 50~6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율법"
미국과 아프간은 현지의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세의 주된 목표는 좀 더 단기적이다. 이 위험한 주 전역에 걸쳐 대선 투표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굴랍 만갈 헬만드 주지사는 "헬만드 중심부와 남부 지역은 안전해질 것이다. 아직까지 공격은 성공적이었고 안전 지역을 넓혀나갈 것이다"라며 "빠른 시일 안에 선거인 등록 절차가 시작될 것이고 모두가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의 단기적인 계획은 성취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역 주민에게 신뢰와 확신을 얻는 것은 진정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가람시르 지역의 한 주민은 "우린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필요하다. 다른 종교가 우릴 지배하면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공격은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거 때문에 하는 공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존재는 탈레반을 불러들이는 결과만을 낳을 거라고 우려했다. 나달리 지역의 슈라(Shura)위원회(의회) 의장인 하지 모하마드는 "우린 평화를 원하지만 우리 도시를 폭발물로 날려버리고 주민이 죽는 방식을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지인들이 우리 마을들에 기지를 만들 때마다 여긴 전쟁터가 된다. 차라리 탈레반들이 다니는 도로를 차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미군과 아프간군의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점령한 지역을 회복하고 평화와 안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전략이 달라질 거라고도 말했다.
그들은 탈레반 점령지역의 마을 원로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여기 머물면서 당신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프간군 병력이 더 필요해'
굴랍 만갈 주지사는 "이 작전은 다른 작전들과 다르다"며 "우린 장기적인 치안을 제공하고 검문소를 세울 것이다. 탈레반이 침투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아프간군은 치안을 확보할 때까지 외국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 15일 촬영된 탈레반 전투원의 훈련 모습 ⓒ로이터=뉴시스 |
자마리 베사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현재 우린 8만2000명의 경찰이 있고 1만5000명을 더 모집할 계획이지만 그 역시도 부족하다"며 "추가로 모집하는 병사들은 장비가 부족하고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군 지휘관들은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아프간군의 규모가 현재 계획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충원엔 시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병력은 당장 필요한 실정이다.
탈레반 "'강철 그물'로 '칼' 막을 것"
미군 지휘관들은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반격을 가할 것 같다고 경고한다. 적들이 그냥 도망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탈레반은 이미 '검(劍)의 공격'(Strike of The Sword)이라고 명명된 이번 작전에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른바 '강철 그물'(Metal Net)이라 불리는 게릴라전으로 대항해 "'검'이 뚫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갈 주지사는 "적들에 대한 메시지는 두 가지"라며 "평화를 원한다면 아프간 정부는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서로 죽이고 싸우길 원한다면 그들을 모든 지역에서 괴멸시킬 것이다"고 경고했다.
주지사의 말은 자신에 찬 듯했으나 그의 앞에는 힘든 과제가 놓여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알 수 있었다. 탈레반은 언제나 그랬듯 돌아올 수 있다.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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