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건립위) 위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작은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는 옳은 일이라면 그 방향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가 이만큼 온 것은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고 지켰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건립위가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부지에 건립할 예정인 역사박물관에 '대한민국의 수립' 시점을 1948년으로 표기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올해 초 다시 일었던 '건국절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08년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1948년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던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에도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3.1 운동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와 국가보훈처까지 반발했다. 이에 건립위는 지난 달 이같은 방침을 철회하고 1948년을 '대한민국의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시점으로 바꿔 명시키로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광복회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속도를 내고 있는 역사박물관 건립과 맞물려 '현대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게다가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건립위를 주도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된 '이념적 편향성' 문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건립위에는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뉴라이트 계열의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등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역사박물관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민족의 자존심을 심어주는 대한민국 발전사의 보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못살았던 우리가 오늘날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가 되고 또 원조를 받던 입장에서 당대에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땀과 눈물, 희생의 결과임을 분명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건립위 김진현 위원장은 "위원들 사이에 많은 논의를 거쳐 지난 달부터 설계에 들어갔다"며 "원래 계획은 2013년 2월 개관할 예정이지만 내년 말까지 개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조기개관 방침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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