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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의 '영악한'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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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의 '영악한' 후예들

[기자의 눈] 부산? '니가 가라, 하와이!'

예견됐던 바이지만,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벌이는 신경전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과 별로 상관이 없는 정당"(유시민),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힘을 합쳐야 된다고 말했을 것"(정세균) 등 날선 공방이 횡행하고 있다. 싸움의 매개는 '노무현 정신'이지만, 정작 노무현이 정치인생을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주의 타파에 '노무현의 후예들'은 무심하기만 하다. 주판알 튕겨보고 타산이 맞지 않는 '불모지'는 다른 당 사람이 출마해 책임을 지라는 떠넘기기다.

특히 부산은 후보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를 고사한 이후 이곳은 나갈 사람조차 찾기 힘들다는 푸념만 깊어가고 있다. 부산, 노무현이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아온 그곳이 이번 지방선거의 '무풍지대'라는 건 노무현의 후예들의 '영악한' 속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부산은 지금 그야말로 '니가 가라, 하와이'가 됐다.

노무현과 손 맞잡았던 유시민은 어디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분이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했고, 노 전 대통령은 '영남 지역에서 개혁정당,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선거에서 임명직이나 비례가 아니라 지역구에 나가 당선되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계속 말했다"고 유시민 전 장관에게 일갈했다. 말인즉슨 옳다.

2008년 2월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낙향하던 날 동행 취재를 했다. 홀가분한 마음에 고향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이 겹치자 고무된 노 전 대통령은 "아 기분 좋다"를 연발하며 유 전 장관을 단상에 불러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꼭 소개하고 싶다"면서 유 전 장관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박수 갈채와 함께 '유시민'이라는 환호가 쏟아졌다. '유시민은 나의 정치적 후계자'라고 노 전 대통령이 공인하는 순간이었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총선에 무소속 단기필마로 '노무현 정신'만 기치로 들고 대구 수성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주호영 특임장관에 맞서 그는 "떨어져도 대구에 대한 의리를 끝까지 지키겠다. '자 머시마다'라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32%의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후에도 경북대에서 강의를 진행해 '바보 노무현'의 길을 걷는가 했다.

▲ 2008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은 유시민 전 장관의 손을 들고 '이 사람은 노무현 과'라고 말했다 ⓒ연합

하지만 그는 2년이 지난 현재, 지방선거 장터가 서자 "제가 어느 곳에 출마하겠다고 직접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중해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복합적인 검토를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출마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는 등 특유의 현란한 말솜씨를 발휘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이냐"는 질문에 그는 엉뚱하게도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과 관계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민주당이 유시민 욕할 자격 있나

물론 유시민 전 장관이 반드시 대구나 부산 등 '영남 불모지'를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다. 그 역시 자신의 정치 방식과 계획을 가질 권리가 있는 정치인이니까. 하지만 '노무현 정신'을 기치로 창당했고, '노무현 정신'으로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참여당은 그에 걸맞는 '도의적 화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강원, 충남처럼 민주당의 유력주자가 있거나 '친노끼리'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곳이 아닌데다 노무현의 정치적 본거지인 부산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그렇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참여당에 손가락질 할 처지도 아니다.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울산을 통털어 민주당의 유일한 예비후보는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최영록 문경예천 지역위원장뿐이다. 한마디로 참혹한 수준이다.

민주당의 유일한 부산 지역구 의원인 조경태 의원은 "나도 나설 각오가 있지만 김정길 전 장관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무래도 선배님이 나서시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길? 12, 13대 의원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선배로 부산에서도 '올드 보이'로 통한다.

이 처참한 상황을 보고 있는 부산 소재 한 방송사의 PD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민주당도, 참여당도 해도 너무하다. 우리 부산은 버려진 쓰레기들인가"라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꼴아박을 각오로 나와야 된다. 당선이 힘들더라도 2004년 오거돈 후보가 얻은 30%는 얻지 않겠냐"고도 말했다.

영남, 특히 부산에 대한 참여당과 민주당의 '방기'는 실리적 관점에서 봐도 적절한 것 같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둔 노 전 대통령 1주기에 전국의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 부산은 빼먹고 지나갈 텐가? 시장 후보가 제대로 서야 구청장 선거, 시의원 선거, 아니 구의원 선거라도 버팀목이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지난 2년 사이 '박근혜의 도시'나 다름 없어진 부산을 내팽겨쳐놓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치르겠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영남 민심이 문제라고? '바보 노무현'은 말했다. "농부가 어떻게 밭을 탓하겠습니까"라고.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의 종자'는 씨가 말랐다

노 전 대통령이 유시민 전 장관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던 2008년 2월 25일, 밀양역에서 노 전 대통령 일행을 맞이한 사람은 엄용수 밀양시장이었다. 그는 유일한 열린우리당 출신 경남 기초단체장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경남에 노무현의 종자들 가운데 딱 한 사람, 엄 시장만 당선됐는데 이 종자도 괜찮은 종자니 여러분이 잘 키워주시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친노인사들도 "밀양이 우리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모양이 나쁠뻔 했다"고 안도했다.

'노무현의 종자'인 엄 시장은 얼마 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 정도면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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