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힘에 부칠 것이다...그러나 길은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힘에 부칠 것이다...그러나 길은 있다

[한반도 브리핑]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과업과 외교안보 정책 방향

변화의 시대, 새로운 체제 전환의 소명

2017년 5월 10일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19대 대통령은 1987년 출범하여 30년을 거치면서 현실 상황과의 간극이 많이 벌어진 이른바 87년 헌정체제를 마무리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준비에 나서야 하는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훼손된 헌정질서를 수습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국가의 틀을 만드는 데 국민합의를 모으면서, 당면한 외교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뉴노멀(New Normal)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인류문명사적 변화에도 대처해야 한다.

새 정부의 임기는 말 그대로 역사적 전환기에 해당한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꺼져가는 평화통일의 불씨를 살리는 일조차 국정 우선순위에 들까 말까 할 정도로 해묵은 숙제와 새로운 과제가 산더미 같다. 적폐 청산, 분권과 협치, 일자리 창출, 공정사회 구축, 저출산·고령화 해소, 평화정착 등 그동안 쏟아진 수많은 공약들이 이에 해당된다. 정부가 국정의 우선순위를 잘 세우고 대처하지 않으면 과제에 압도되어 갈팡질팡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국내적으로는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치 상황에 있고, 대외적으로는 전임 정부가 마구 소진해 버려 외교적인 레버리지가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힘에 부칠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전환기에 선 새 정부는 자기 임기를 넘어서서 앞으로 100년의 대한민국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자세로 시야를 넓히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촛불이 명하는 새 정부의 소명이다.

▲ 문재인 19대 대통령(가운데)이 9일 광화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와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외교안보 현안도 우선순위를 세워 대처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의 신임 없이 국무총리가 관리해 온 군 통수권과 외교 대권이 민주적이고 합법적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 손에 다시금 장악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권한대행의 권한이란 것이 탄핵당한 대통령의 기존시책을 관리하는 수준이어서 급박한 외교안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위기와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의 취임으로 능동적 외교안보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그동안 빠르게 움직이는 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거의 무 대처 상태로 지내온 결과 우리 앞에는 크고 작은 외교안보 현안들이 계속 쌓여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고도화되고 남북관계는 대화 채널마저 끊겼다. 미·중 간 패권경쟁의 와중에서 사드 배치문제가 불거져 우리가 양면 압박을 받는 입장에 처했는가 하면, 위안부 합의 문제로 한일 간에도 장기간 냉기류가 형성되어 있다.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서는 우선 전임 정부가 남긴 주변국과의 이러한 파행적 갈등관계를 전향적으로 해소하고 한반도 안보위기의 고질적인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고하고 합리적인 한미동맹을 기초로 남북관계를 바람직하게 주도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가 있다는 점은 새 정부도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주변국과의 정상회담을 속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 전이라도 대통령이 신임하는 특사들을 파견하여 새로운 관계 설정에 필요한 조율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 현안별 단편 대처 방식은 삼가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큰 그림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잘 가려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항상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처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매우 혼란스럽고 트럼프와 그 참모들 간에도 일관되지는 않지만, 과거와 뚜렷이 달라진 점은 미국 외교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었던 북한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처리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구체적 내용을 모호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며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 두겠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으며 비핵화가 목표일 뿐"이라고 언급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환경에선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로 단정한 '전략적 인내'는 은연중에 북한 붕괴론에 기댄 것이었으나,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으로 거칠게 나온다 해도 북한이 비핵화 입장만 분명히 한다면 대타협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압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입을 위한 압박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외보안보정책의 대강은 대통령 선거공약에 대체로 담겨있고 앞으로 동맹과 우방의 의견을 참작하여 구체화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권자로부터 받은 신임을 토대로 정부가 책임지고 국익을 담보하며 내실을 갖추리라 믿는다.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계속되는 위협과 도전에 철저히 대응하여 안보태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하여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기회 공간을 적극적으로 넓혀서 한반도 위기와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가 위상을 회복하고 상처받은 국민적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지난 정부 시기 동안 남북관계가 파탄 나고, 안보는 더 취약해지고, 외교는 제힘을 다 발휘하지 못했던 불안한 시절을 거쳐 오면서 우리 국민의 불만과 상처가 상당히 쌓여 있다는 점도 새로 구성될 외교안보팀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위안부 합의와 관련하여 일본에게 약속이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추궁을 받았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중국에는 경제적 보복을 받고 미국에는 비용의 청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국민은 안타까움을 넘어 수모를 느꼈었다.

국민적 자존심을 해친 대외조치의 공통적인 배경은 외교안보 전문부처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도 않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생략된 채 청와대가 밀실에서 결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은 이런 조치가 대통령의 국내정치 목적과 관련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불신하기 마련이다.

새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여 국민과 소통하고 주변국과의 파행적 관계를 수습하면서 그간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 주어야 할 것이다. 정권 자체의 관점을 넘어선 외교안보의 큰 그림에 대해서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모으는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새 정부의 현안 과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해서 제기한 동맹관계의 재정립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의 답을 준비하는 일이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문제나 FTA, 주한미군 방위비 등이 그것이며, 이는 당면 문제이자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큰 그림의 핵심적 밑그림이 되는 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장차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든지,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집단안보를 모색하든지, 남북한 평화체제를 준비하든지, 어떤 식의 큰 그림을 그린다 하더라도 한미동맹이 제대로 린치 핀(Linch-Pin) 역할을 하려면 자주국방력 강화를 통해 안보 주권이 튼실하게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 면에서 우방에 대한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정부에 대한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 속에서 제대로 행사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남북관계에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안보 현실 측면에서 적이자, 장래 통일을 함께 할 상대이다.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운명이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단념하든가 북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해야 하며,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명백한 헌법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어떤 외교안보정책의 큰 그림과 국정 우선순위를 마련하든지 안보를 확고히 하는 일과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하나를 후 순위에 둘 수 없다. 안보와 남북관계 개선은 같이 가는 것이고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무엇보다 전임 정부 시절 파탄이 난 남북관계를 복원시키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렇지만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거나 자신의 큰 그림에 대한 희망적 사고에 빠져서 당면한 안보적 위협과 도전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오는 안보위기를 극복하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여 평화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에게 주어진 이 시대의 소명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비로소 87년 체제를 질적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미래를 희망으로 열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평화재단

평화재단은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와 관련한 현안 문제에서 사회 양극단의 갈등을 지양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통일의 환경을 적극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