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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다, 잘 뽑자

[문학의 현장] 말기암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말기암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뇌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가 말했다

메인 종양이 너무 커서 저기 좌뇌 쪽으로 휘어져 밀린 거 보이시죠?
간뇌가 하현달처럼 길게 휘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미 우뇌 전체로 번져서 번진 것만 2기는 될 거 같네요 일단은 다 긁어내야 해요
한데 저걸 다 긁어내면 아주 잘못 될 수 있으니 좌표 찍어놓고 환자를 각성 상태에서 수술해야 합니다

환자분! 환자분!
주무시지 말고 말씀하세요!
오른쪽의 상대 개념은 뭐죠?
좌파 말고 더 순수하게 표현하면
네 좋아요. 경향은 인정하지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안돼요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어요 곧 선거잖아요
환자분? 대답해 보세요
3+5는?
11+21은?
15곱하기 6은?
아이고 제가 검증을 못 하겠네요
그렇죠 아무도 청문회에서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니까요
환자분 다음은 순서에요
지금 계절이 뭔가요?
그렇게 대답하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죠
죄송할 건 아니에요. 덥긴 하네요
월요일 다음은요?
그리고?
하나씩 대답하세요. 모든 걸 한꺼번에 바로잡을 수는 없죠
목요일 다음은 뭐죠?
다음은요?
다음은요?
잘했어요 일요일 다음은요?
환자분?
일요일 다음은 뭐죠?
환자분 대답하세요! 네?
안 돌아가요?
뭐가요? 일요일 다음도
일요일이라고요?
네 일요일요
네 좋아요
다음은 끝말잇기에요. 아시죠? 시작합니다
청보리!
일요일요?

시작노트

악성 뇌종양에 걸려 각성 상태에서 여덟 시간 넘게 길고 긴 수술을 받았다. 은빛 트레이 위에 회백색 종양이 놓였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 우리를 이 지경으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암덩어리는 어떻게든 떼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분명한 것이 뭔지 모르겠다. 보듬고 사는 것도 한 방법이라니 나는 아무래도 삶의 수가 모자라는 것 같다. 선거다. 잘 뽑자. 악성 암덩이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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