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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서 짜장면 파티가 열렸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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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서 짜장면 파티가 열렸던 이유는?

[끝나지 않는 블랙리스트] 감옥으로 간 블랙리스트 주역들, 하지만...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는 짜장면 파티가 열렸다.

지난 넉 달 보름 동안 광화문 캠핑촌 활동을 했던 문화예술인, 노동자, 시민들의 소박한 '쫑파티'였다. 지난해 11월 4일 블랙리스트 사태 시국선언과 노숙 농성 때의 첫 끼니였던 자장면으로 광화문 캠핑촌은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불과 넉 달 보름 전에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게 될 줄, 유신독재의 상징과 같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몰락하게 될 줄, 전·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될 줄, 대한민국의 문화행정이 비선실세에 의해 이렇게 파탄날 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직 촛불 하나 들고 광장에 모인 '위대한 시민들',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과 캠핑을 마다하지 않으며 예술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노래했던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해냈다.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은 직접 박근혜정부 예술 검열 사태의 심각성을 특검에 고발하였고, 수많은 내・외부 고발자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사태로 촉발된 광장의 예술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예술 검열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전면화하고 일상적으로 재구성했다. 광장의 예술은 광화문 광장 곳곳에 미술관('궁핍현대미술광장'), 극장('블랙텐트'), 마을회관, 축제 등을 만들어 내며 '공유지(commons)로서의 예술행동'을 둘러 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배 권력과 국가 행정은 개인들의 탐욕으로 공공성을 사유화했지만 광장의 예술가들은 개인들의 노력과 협력으로 새로운 공공성의 영역을, 사회적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광장의 예술은 '광장토 론회위원회', '광장신문' 등을 통해 광장의 정치를 둘러 싼 새로운 상상력과 관계성을 만들어냈고, 직접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확장하였다.

감옥, 법정으로 떠난 블랙리스트 사태의 주역들

광화문 캠핑촌 역시 약속대로 광장을 다시 일상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지난해 11월 광장신문 1호 헤드라인의 꿈처럼 박근혜도 구속되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역시 광화문 캠핑을 마무리했을 뿐 블랙리스트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지금 이 순간에도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을 비롯하여 예술 검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버젓하게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반성 없이 '과정과 내용이 없는 사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대책' 그리고 '조직 지키기를 위한 셀프 면죄' 등으로 문화예술인들에게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우선적으로 박명진, 김세훈, 문화체육관광부 책임자들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단순한 예술 검열 사태가 아니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정책적으로 추진된 예술 검열이다. 국가 권력과 정부 기관에 의해 예술 검열과 문화예술인 민간 사찰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된 것이다. 당연히 블랙리스트 문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할 때다. 국회 국정조사는 한시도 미루지 말고 진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문화예술계, 전문가, 국회 등이 참여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실과 원인이 밝혀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한국 사회에서 예술 검열이 일어날 수 없도록 본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태의 전체적인 사실 관계, 블랙리스트 정책의 구조와 현황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다음으로 블랙리스트 사태가 국가 정책으로 진행되었듯이 이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모든 사회에서 법률적인 문제해결은 가장 최소한의 부분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장처럼 "법원, 감사원 등의 법률적인 결과에 따라 블랙리스트 문제를 처리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면 된다"는 입장이라면 문화체육관광부 자체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 문화행정이 몰락한 상황에서조차 문화체육관광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법원과 감사원의 결정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앞으로도 문화행정은 혁신과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법률에만 의존할 수 없는, 법률을 넘어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블랙리스트 사태 안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해체할 것이라면 모르지만, 만약 이후에도 국가의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존재한다면 이번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은 물론 정책적 분석과 복기를 통해 국가 문화행정 혁신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사회적 희생과 비용을 지불하였는데 최소한 그 정도의 학습효과는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 예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유린했다. 예술가는 물론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들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자체를 철저하게 부정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 '표현의 자유와 예술가의 권리'(헌법 제21조, 제22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0조, 제17조), '개인정보 보호'(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제73조) 등을 심각한 침해한 불법 행위다.

우리는 이러한 심각한 범죄 행위가 대통령에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직원에 이르기까지 아무렇지 않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부패한 권력, 무책임한 관료주의에 대한 단절과 혁신 없이 문화민주주의는 결코 도래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몇몇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만으로 끝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본질적인 원인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사회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이제 시작에 불과한 블랙리스트 사태를 마주하며 앞으로 '위대한 시민들', '광장의 예술가들'에게 남은 중요한 과제다.
블랙리스트 시국선언 및 적폐청산 문화예술인 버스
* 약칭 ‘블랙타파 문화예술인버스’
* 기본 일정 외 세부 계획은 변동 있을 수 있습니다.

- 일시 : 2017년 5월 17일
- 일정 : 세종시 문체부 청사 - 전남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사 방문
- 출발 : 5월 17일 오전 9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 후 출발(서울 기준)
* 지역 출발 : 대전충남권 등은 11시 문체부 세종시 청사 앞으로 도착, 영호남권은 15시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앞으로 집결
- 참가비 : 3만 원
- 문의 및 신청 : 010-6577-2007(이해성, ‘블랙타파’) / 010-7711-3948(이두찬, 예술행동위)
- 주관 :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블랙타파’
- 주최 : <박근혜퇴진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참가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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