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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서 봄을 보다

[문학의 현장] 상처를 이겨낸 봄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

광화문 광장에서 봄을 보다

겨울이 가고 봄은 망설임 없이
우리들 곁으로 왔다

광화문 광장에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얼었던 발가락에서 시리던 손가락까지
내 몸뚱이에서 반짝이며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
더 이상 겨울은 버틸 수 없었다.

언제 떠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어미 등에 업힌 간난아이부터
할배 손을 꼬-옥 잡은 할매까지
꼼지락꼼지락 움직여
우리들 머리위에서 군림하는
겨울을 몰아내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별빛보다 더 맑은 촛불을 들고
낮부터 밤까지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우리의 마을을 만드는 순간
다만 몸살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잠시 왔다 날아갈 철새처럼
조금씩 겨울이 부서지는 걸 보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상처를 이겨낸 아름다운 봄을 보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봄이라고 모두 같은 봄이 아니다. 2017년 3월 10일 우리에겐 진정한 봄이 왔다. 광화문 광장은 겨우내 춥고 힘들었지만 그곳엔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있었다. 발은 꽁꽁 얼었으며 손은 시려 어찌 할 수 없었으나 촛불은 우리 몸에서 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오롯이 우리가 우리를 서로 사랑하는 힘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따듯한 희망을 주어도 시원찮은 판에 얼굴에 필러를 맞으며 보톡스 시술까지 했다니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나날이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모든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으니 참으로 이건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서 국민이 가만히 있다고 해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광화문 광장에는 텐트촌이 만들어졌고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광화문은 우리에게 광장이면서 또 다른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공동체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간난아이부터 할배와 할매까지 진정한 세대를 아우르는 광장이자 마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겨울을 몰아내기위해 노래와 춤으로 축제를 열어 서로를 위로했던 것이다.

부서질 것 같지 않던 겨울도 잠시 왔다 떠나는 철새처럼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다. 겨우내 춥고 힘든 여정이었으나 어디 상처 없는 세월이 있겠는가. 그러한 상처를 이겨낸 봄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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