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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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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③] 6인의 노동자가 외롭지 않도록 해달라

2017년 4월 14일 광화문 역 7번출구 세광빌딩 옥상 위 광고탑에 6명의 노동자가 올랐다. 이들은 곡기를 끊고 물과 소금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왜 고공에 올라 단식까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프레시안>에서는 고공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콜텍지회장 이인근입니다. 사측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대법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터무니없는 판결로 11년째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201510월 콜트콜텍, 하이디스, 아사히비정규직, 동양시멘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세종호텔 등 12개 투쟁사업장들이 모여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기치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결성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걸고 함께하는 공동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공동투쟁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016111일부터 박근혜 퇴진 시국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지난겨울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도 노숙을 하며 광화문 촛불과 함께했습니다.

그 촛불의 대다수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노동은 없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1700만의 촛불로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되었습니다. 국정농단 세력들도 속속들이 구속되었으며, 박근혜 또한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그렇게 광화문의 봄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봄을 느끼기도 전에 촛불의 요구는 모두 대선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사드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30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침몰한 세월호는 인양했으나 진실규명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1700만의 촛불이 외쳤던 적폐청산은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고, 또 다시 우리의 삶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렇게 대선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많은 대선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재래시장을 찾아 어묵 꼬지 하나 입에 물고 민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민생 속에 노동은 없습니다.

민중은 노동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민중에게 노동은 삶이며 생명입니다. 이러한 민중들의 생명줄인 노동이 자본들의 억압과 착취의 도구로 사용되는데 정부 또한 일조하고 있습니다.

진보정권이라 하던 김대중 정권은 정리해고제도,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법(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도입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으로 이끄는 것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또한 정리해고제도는 20여년을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그 요건이 완화되어 이제는 대법원이 "장래에 도래 할지도 모를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며 모든 정리해고를 정당화시키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러한 노동악법들로 인해 자본의 곳간엔 약 800조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이 쌓인 반면 민중들의 부채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민중들의 삶을 파탄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 법'은 자본들의 노동자착취의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더 심회시키는 법과 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멈추어야 합니다. 더 이상 민중의 생명줄인 노동이 자본의 곳간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 입니다.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법' 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줄을 옥죄는 노동악법은 모두 폐기되어야 합니다. 최근 노조파괴로 인해 유성기업의 고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잃었고, 얼마 전 갑을오토텍의 한 노동자 역시 사측의 노조파괴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권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정권쟁취에만 몰두해 있을 뿐입니다.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 1700만의 촛불의 외침을 다시금 광장으로 모아야 할 때 아닐까요? 그리고 실종된 노동의 의제를 사회 의제화 시켜 민중들의 생명줄이며, 자본들의 착취의 도구로 전락한 노동을 되찾기 위해 함께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광화문 광장에서 진정한 민중의 봄을 느낄 수 있도록 광화문으로 모입시다. 지금 광화문 광고탑에서는 물과 소금으로 하루하루 자신들의 뼈와 살을 태우며 노동악법 철폐 투쟁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는 6인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6(콜트콜텍지회 이인근,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세종호텔노조 고진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장재영,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김혜진)의 노동자들은 2017414일 광화문 사거리의 한 빌딩 옥상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각기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뒤로하고 14일부터 곡기를 끊고 한 모금의 물과 소금 한 조각에 의지하며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 3권 완전 쟁취투쟁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악법들로 인해 노동자들이 삶을 포기하거나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입니다. 광고탑에서 곡기를 끊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 6인의 노동자들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박근혜를 파면시켰듯 노동자 민중들을 옥죄고 있는 노동악법 철폐, 세월호 진실규명, 사드배치 반대 투쟁에 다시 한 번 일어서 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노동자입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이 소외받지 않고 신성한 노동을 통해 모두가 함께 행복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광화문의 봄, 민중의 봄을 같이 맞이하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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