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한 지 이틀 만에 거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27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10억 달러(1조 1300억 원)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관련 기사 : 사드 배치 이틀 만에 날아온 '10억불 청구서')
이러한 요구는 한미 간의 합의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지금까지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사드 1개 포대의 비용은 약 1조 원이라며 "사드 구입비용과 운영유지비용은 미군이 직접 부담하고, 우리나라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해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언은 이를 완전히 부정한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게 사드 비용 전액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차기 정부가 사드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또 하나의 충분한 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또 주목할 점이 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 담긴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사드 기지 향상과 같은 점증하는 요구를 충족시킬 비용 전용을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성주 사드 포대 운영에 있어서 미국측 부담을 한국이 준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운영유지비용은 미군이 직접 부담한다"고 했던 박근혜-황교안 정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실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10조 원이 넘는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만 보더라도 한국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은 우리가, 2사단 이전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정작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측 부담은 한국이 준 방위비 분담금으로 대부분 충당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미국의 실제 부담률은 한국 정부가 말한 50%가 아니라 7~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여전히 반반씩 부담하고 있다고 하고, 상당수 언론도 이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빈센트 사령관은 또한 "한국의 국방비는 한국 GDP의 2.6%"라며, "한국이 무기 획득 예산의 90%를 미국 무기 도입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장삿속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처럼 노골적이고도 염치없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미국보다 더 북핵 위협을 부풀리고 사드 배치 속도를 냄으로써 엄청난 부담을 자초하고 말았다.
더구나 트럼프는 "미국이 왜 10억 달러를 내야 하냐"고, 여러 차례 반문하면서 "나는 한국이 부담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까지 밝혔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언급이다. 황교안 대행 정부가 이를 통보받고도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사유는 더더욱 분명해졌다. "한미 간의 합의" 운운하면서 오락가락하거나 애매한 입장을 고수해온 대선 후보들도 사드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와 국회는 사드 청문회를 열어 10개월 동안 한국을 '사드 대란'으로 몰아넣은 박근혜-황교안 정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작년 7월 8일 "대통령의 결심"이라는 한 마디로 느닷없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경위에서부터, 올해 4월 26일 온갖 기만과 편법을 동원해 사드 배치 작전을 펼친 것에 이르기까지, 검증하고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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