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28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집권하면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겠다"며 "당선되면 대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통해 국가 개혁 과제를 내각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며 "총리는 정당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지명하겠다. 만약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합의해 추천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관은 총리의 추천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실·국장 인사권을 장관이 제대로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총리 추천과 함께 국회에 △국가대개혁위원회 설치, △국회 대표와의 회의 상설화, △정당 간 상설 합의체 구성과 국무총리실에 국정과제실 설치를 통한 국정 공동과제 선정 및 이행, △개헌 등을 제안했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모든 쟁점을 열어 두고 국민 뜻을 합리적으로 수렴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는 권력구조가 합의되면 저도 거기 따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임기 단축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국회서 논의하고 결정되는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통합 정부'에 참여할 세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과 힘을 합쳐 이 나라를 바꾸겠다"고만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견 후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탄핵 반대 세력을 제외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협치의 대상이 되느냐', '바른정당은 탄핵에 찬성했으니 협치 대상이냐' 등의 질문이 나왔다.
안 후보는 이 두 개의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하지 않고 "제가 집권하면 지금의 정당 의석 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정치 대변혁,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정계 개편을 시사하는 말만 했다.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다면 더불어민주당도 협치 대상에서 제외되느냐'는 질문에는 "다 아시면서 뭘"이라고 말하고 웃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통합 정부 구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차별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같은 당 사람들과 꾸리는 통합정부위원회와는 다르다"고 각을 세웠다.
전날 밤 안 후보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회동을 가진 데 대해 '김 전 대표가 통합 정부 구성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개혁 공동 정부 준비위원회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저와 함께 이런 개혁 공동 정부에 대한 부분들을 의논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혁과 관련해 안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5월 10일부터 대통령·청와대 권한을 축소하는 청와대 개혁에 착수하겠다"며 "비서실을 축소하고 내각 중심 국정 운영을 하겠다.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겨 언제든 소통하겠다. 대통령이 지시하고 장관은 받아쓰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토론하는 국무회의를 만들고 필요하면 회의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 '나쁜 권력'의 상징인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안 후보는 민정수석 폐지와 관련해 "검찰 등 권력 기관을 통제하는 기능은 완전히 폐지하고, 인사검증은 다른 수석실로 이관하겠다"며 "친인척 관리를 위해 특별감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우병우 사단'의 국정 농단을 확실히 청산하겠다"며 "우병우 사단과 검찰의 커넥션을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히고 해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정권을 위해 동원되는 일, 끝내겠다"며 "경찰과 국정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기능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정당 내 공천이나 정당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정무수석 역할도 대통령과 국회의 소통 중심으로 대폭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이라며 "국회와 국정 주요 과제를 항상 협의하고, 국민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국민과의 대화를 수시로 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남은 기간 동안의 선거운동 전략에 대해 "과감하게 미래로 나가야 하는데 온통 과거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전투구와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명해야 할 시간에 과거에 얽매여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며 "저부터 반성하겠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을 희망의 시간으로 만들겠다. 미래, 통합, 개혁을 말하겠다. 선대위에도 제 뜻을 간곡히 전달했다"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저는 세상을 바꾸라는 국민의 부름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인들과 싸우려고 정치 시작한 게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안철수다운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밤 김종인 전 대표와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안 후보가 김 전 대표 등 차기 정부에 참여할 인사들의 명단 일부를 공개하거나 구체적 정당 이름을 거론하며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당과 주로 협치하겠다'는 등의 구상으로 막판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예측에 그쳤다. 민정수석실 폐지, 우병우 사단 특검, 책임총리 국회 추천 등이 '승부수'가 되기에는 약하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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