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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정치, 야망만 넘치고 자기희생은 없다"

<문제는 리더다> 출판기념회…돌아온 정관용, 한국정치를 묻다

'사회자' 정관용이 돌아왔다. 물론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으로의 복귀는 아니다. 8일 오후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문제는 리더다> 출판기념회에서다. (관련기사 : "세종시 문제, 다음 대선까지 간다")

틀에 박힌 출판기념회가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정관용이 묻고 남재희, 김종인, 윤여준, 이해찬이 답하다"이다. 저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대담자들은 서로를 향해 묻고, 또 답했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당정치의 현실, 세종시 등의 정치현안,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전망이 두루 언급됐다.

▲ 신간 <문제는 리더다>, 정관용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프레시안
논의의 결에 따라 말하는 이와 듣는 이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사회자' 정관용의 흡입력은 여전했다.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면서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뭔가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특유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문제는 리더다>라는 책의 제목을 언급하면서 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의 공직을 두루 거친 대담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리더가 아니면 누가 리더인가. 결국 이 책은 '내가 문제였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게 아닌가"라고 허를 찌르는 식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재희·윤여준 전 장관, 이해찬 전 총리가 풀어놓은 현실 진단과 해법에서도 오랜 세월의 경륜, 그리고 만만치않은 내공이 묻어 났다. '독일통'으로 잘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은 때마침 방한한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 관련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세종시 논란, 李대통령이 결단해야"

이날 토론의 주된 화두는 역시 '세종시' 문제였다. 질문은 이해찬 전 총리에게 먼저 던져졌다.

이 전 총리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한 대담이 열린 지난 해 12월에 이미 "세종시 수정 문제는 진행도, 취소도 안 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면서 "이건 곪지도, 삭지도 않는 종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세종시 수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내포된 여권 내 권력투쟁의 지형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정관용 교수는 "점쟁이처럼 탁월한 전망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정운찬 총리가 취임할 때 세종시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청와대와 조율한 게 아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봤다"며 "제가 총리를 안해봤으면 몰라도…, 말이 성립되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이 당 내의 의원블럭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아마 초유의 사태일 겁니다. 그런 일이 없고, 그건 성숙한 정치도 아니죠. 반대하는 의원들은 총리가 공관으로 불러서 설명도 하고, 대통령의 뜻이라고 암시도 하고, 포도주도 근사하게 대접합니다. 밥도 평소보다 좀 비싼 것으로 사고, 이를 테면 '서비스'를 합니다. 그것을 안 한다는 건 둘 중 하나죠. 밀어붙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거나…. 그런데 입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결국 당권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걸려있게 될 겁니다."

세종시 수정논란은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이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교감 없이 (세종시 수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박근혜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판단에서다"면서 "결국 박근혜와의 갈등국면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했다. 정치적인 의도를 두고 벌이는 여권 내부의 '위험한 게임'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 모두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이 하는 걸로 봐서는 3월에 관련법을 내고 4월에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결국 반년을 이 문제로 씨름하는 겁니다. 그만큼 한국이 한가한 나라가 아닙니다. 지금 국민투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러면 또 이 문제가 국민투표 사안인지를 두고 몇 달 동안 논쟁을 하게 됩니다. (여권의)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되는데, 여기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할 만큼 한가하지 않거든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차이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세종시 계획에도 물론 문제점이 있지만, 여야의 합의사항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하는 게 맞다"는 입장인 반면, '원안 세종시'의 산파 중 한 명인 이해찬 전 총리는 "과천에 있는 부서에다 총리실과 교육부가 추가로 내려가는 것이고, 각 지역에 분포한 혁신도시와의 연계성까지 고려한 계획이라는 데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원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남재희 전 장관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잘못해서 그렇지, 아예 수도를 옮겨도 좋은 것"이라면서 "이명박 씨가 노동운동을 다그친다든지, 언론정책 등 민주화가 후퇴되는 건 잘못이지만 세종시 문제는 잘한 결단으로 본다"고 했다.

남 전 장관은 심지어 "비약을 해서 말하자면, 민주당이 (세종시 수정에) 찬동해 줄 때 책임있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나, 거기까지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남 전 장관 역시 "블랙홀이라는 말처럼 아주 불균형하게,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는 엉망"이라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자체에 대해선 야박한 평가를 내렸다.

"다음 대선 이후에도 보수정권"…"민주당은 엑스트라"

차기 대선전망은 대체로 신중한 수준에서 거론됐다. 박근혜 전 대표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선후보군 자체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논란을 필두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여권 내부의 원심력도 진전된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남재희 전 장관은 "한나라당이 두동강나는 걸 비관할 필요는 없다"면서 "두동강나는 게 더 잘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 전 장관은 차기 대선 역시 한나라당 혹은 보수정당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자꾸 시계추가 생각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이 지난 다음에 우익 세력이랄지, 보수 세력이랄지 거기에 맞대응해서 투쟁한 것이란 말이죠. 지금 2년이 지났는데 시계추 원리에 의하면 최소한 5년 이상, 7~8년 갈 겁니다. 아주 중요한 게 언론의 몫인데, 거대언론이 뒷받침하고 있고, TV도 다 장악해 버렸어요."

이해찬 전 총리도 "국민이 보기에 신뢰할 만한 사람을 확인하는데까지는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는 것 같고, 특히 민주진영 후보는 더 그런 것 같다"면서 "예비후보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관용 교수는 "제대로 된 정치라면 '액터'가 여와 야, 정부와 야당이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액터이고, 민주당이라는 엑스트라 정도가 있는 구도"라고 꼬집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차기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주자들이 "자기 희생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진보냐, 보수냐하는 것은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모두 중간지대에 있는 분들인데 약간 오른쪽인지, 왼쪽인지가 크게 뭐…, 어느 쪽이든 좋은 지도자가 나오길 바랍니다. 여야에 야망을 품은 분들이 많은데, 자기 희생의 모습을 안 보인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들은 자기 목전의 정치적 이해를 초월한, 자신의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갈망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정치적 이해에 민감해서 그런지 야망을 가진 젊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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