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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회보장적 정책과 일자리 창출은 한 몸"

[反MB를 넘어 ③] 고용 프로젝트 vs 대안 프로젝트

최근 이명박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10 고용프로젝트' 세부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각 과제별로 나뉜 구체적인 고용정책 추진방안이 '위기관리대책회의'라는 이름의 기구를 통해 제시된 것을 보면, 현 정부에게 있어 고용문제는 '위기관리' 대상일 정도로 심각한 것이기는 한 모양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용정책 추진방안의 골자를 대충 짚어보면 △구인·구직 관리를 위한 기본시스템 구축 △맞춤형 대응을 통한 일자리 제공 △취업장려금 지원 및 전문인턴제 등의 근로의욕고취방안 제시 △고용증대세액공제제도 도입 등을 통한 구인유인 확대 △지역공동체 일자리 3만 개 조성 및 희망일자리 추진단 구성 등을 통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노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여러 정부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다양한 고용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어쨌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추진방안의 각론과 이에 관한 재원 및 그 조달방안을 보면, 모처럼 장대하게 제시된 멋진(?) 고용정책들도 지극히 '일시적'인 대응에 불과하다. '제도화된' 구조적 대응장치로서 정착될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올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하여 제시된 고용대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일시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은 고용문제를 그저 경기변동에 의거한 주기적인 현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탈산업화 사회로 진입해버린 각국의 항상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우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역시 고용문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우파정권 자민당과는 약간 다르게 보이지만 그 성격은 거의 비슷한 일본 민주당 정부 역시 지금의 고용문제를 경기변동과 연관시켜 논의하지 않는다.

고용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은, 최근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금융에 대한 인식의 글로벌 동조화'에도 불구하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것과도 쏙 빼닮았다.

그렇다면 고용에 대한 개혁-진보 진영의 대안은 무엇이어야 하나? "7%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에 대해 "반MB 대동단결로 일자리 창출'식으로 반박하는 것도 허황되긴 마찬가지다. '어떻게?'에 답을 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어떻게 고용을 촉진하는가?

▲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3일 의회 2010 회기 개막연설에서 청년실업 해결과 기존 노동자들의 취업기간 연장 방안을 강조했다ⓒ핀란드대통령실

핀란드의 경우 기간제 고용을 포함한 모든 고용은 사회보장시스템 내부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고용은 '불법 고용'으로 규정되고 있을 정도이다.

핀란드에서의 완전고용은 북구형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목표이며 또 이는 교육정책과 사회보장제도를 동시에 충실히 적용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불법 고용'이 허락될 수 없다. 핀란드 노동성은 '핀란드는 복지국가이며, 모든 시민에게 노동의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지침에 의거하여 새로운 고용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에 관한 공적 서비스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의 요지를 취업지원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핀란드에서도 구인과 구직 간의 불균형 문제가 존재하고 약 18만 명 정도의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존의 고용정책으로는 이와 같은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공적 고용서비스로서 취업지원 대책을 중점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공공직업소개소라 할 수 있는 일반인 대상 취업서비스는 핀란드 노동성 산하 공적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된다. 헬싱키시의 경우 다섯 개의 지역 센터가 구직자에 대한 서비스, 직업소개, 교육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의 취업지원정책은 실업자들의 재교육 및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실업자들이 재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수강자는 실업수당 이외에도 교통비 및 식비 상당의 급여를 받는다.

핀란드의 공적 취업지원센터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째, 구직자는 취업지원센터 서비스 신청자로 등록해 설명회에 참가할 수 있다. 등록 자체를 위해 또는 취업활동을 위해 약 10일 간의 무료 컴퓨터 기술지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강습기간 동안 신청자의 소득은 보장된다. 2009년에는 헬싱키 시내의 15개의 평생교육원에서 강습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구직자는 5~10명으로 구성되는 '구직 클럽'에 참가하여 6주 동안 10~12회(1회 4시간)정도의 구직과 관련한 맞춤형 정보 제공 및 1:1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둘째, 모든 구직자들에게 위의 서비스 신청 등록과 동시에 실업기간 중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밟게 한다. 이는 구직자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또 불안감 없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이 절차를 밟은 구직자에게는 일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를 부여한다. 바로 이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취업지원센터 및 사회보험원 간의 협력이 매우 명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동일한 직종의 고용이 곤란한 경우 또는 직업을 바꿀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취업지도 서비스가 제공된다. 구직자들의 직업 선택과 관련한 지도는 구직자 각 개인의 상황에 맞춰 제공된다.

넷째, 구직자들은 직업훈련 코스를 수강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무료이며, 계약을 체결하여 6개월에서 11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직업훈련이 이루어진다. 수강 기간 중에는 실업수당을 받게 되며, 또 매월 1일에는 수강하고 있는 구직자들의 점심식사대 및 교통비가 지급된다. 직업훈련에는 현장실습이 포함되어 있어, 실습 중에 고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구직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외에도 고용주에 대한 고용지원 장려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실업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해 월 평균 500유로를 지급하는데 상한선은 고용된 노동자의 월급에 상당한다. 전일제이건 파트타임이건 고용형태는 상관없다. 이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은 취업지원센터가 한다.

평가→재활→훈련→고용

이와 같은 공적 취업지원센터는 핀란드 전국에 40개의 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취업지원센터는 2003년에 수립된 핀란드 고용정책전략에 입각한 것으로, 2004년~2006년 사이에 설립된 이후로 적극적인 취업지원활동을 벌이며 운영되고 있다. 특히 취업지원센터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와 '취업이 매우 곤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로 나뉘어져 설치·운영된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헬싱키 시의 경우 고용서비스 예산 중 45%가 취업지원센터에 투입된다. 인구 56만 인 헬싱키 시의 경우 '취업이 매우 곤란한 구직자' 수는 5000여 명 정도다. 취업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 중 이용자 수가 많은 개별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서비스다. 즉 구직자의 일자리로의 복귀 가능성 및 노동능력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둘째, '재활'서비스다. 노동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구직자에 대해 재활(rehabilitation)지원을 시행하며, 직업탐구 그룹, 자기극복 그룹 등과 같은 구직자들의 그룹 활동을 지원한다. 셋째, '훈련'서비스다. 이는 준비훈련, 직업훈련, 실제훈련, 학습훈련 등으로 구분되며, 어학연수 훈련 등의 특별 훈련 코스 역시 이에 포함된다. 넷째, '고용' 서비스다. 이는 그야말로 직업을 소개하고 또 특정 직업에 적합한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서비스 이외에도 채무상담, 각종 사회서비스 안내 등도 이루어지고 있다.

취업지원센터 통해 생활의 질도 향상된다

핀란드의 이런 취업지원센터는 어떠한 성과를 도출했을까? 공적 취업지원센터의 서비스를 통해 구직자들은 단순히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교육, 질병, 가족과 관련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실업율 완화 뿐 아니라 생활의 질 자체가 향상되고 경제 상황이 개선된다.

또 구직자들의 직업능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구직자들에 대한 '재활' 지원은 이들의 취업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이다. 바로 이것이 핀란드 고용정책에서 가장 중시되는 서비스다.

이러한 점에서, 핀란드의 고용정책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취업지원서비스가 전반적인 사회보장체계와 결합되어 지원·운영된다는 점이다.

취업지원센터가 구직자에 대해 이렇게 '돈이 드는' 종합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해당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미취업시 지급해야 할 연금 및 생활보호 등의 경비가 크게 절감된다. 한 마디로 '비용대비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이에 대한 치밀한 계산을 전제로 취업지원센터에 관한 정책을 제시했다.

'껍데기' 벤치마킹해 '짜깁기'한다고 되나

핀란드의 취업지원센터 서비스는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 대응으로서의 고용대책이 아니다. 이들은 고용정책을 사회보장 체계 내에서 인식하고 또 그 구체적 틀을 만들어내고 있다. 높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다른 나라 고용정책의 '껍데기'만 벤치마킹해서 '짜깁기'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그 '심층'에 어떠한 인식과 또 어떠한 제도-정책적 보완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예컨데 세종시 법안 수정에 소요되고 있는 행정의 막대한 거래비용을 이 작업에 투입하면 엄청난 효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의 경우 고용정책과 사회보장정책 간의 '제도적 보완성(Institutional Complementarity)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절실하다. 결국 고용과 사회보장, 즉 복지는 한 몸이라는 이야기다.

'대기업 세금 깎아주고 규제 풀어주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과도한 사회보장이 일자리를 갉아먹는다'는 현 정부와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그렇다면 진보개혁 진영은 '그 이상'을 이야기해야한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부터 "다른 것 필요 없다. 일자리가 최고의 사회보장이다" 혹은 "일자리를 잃으면 충분한 실업급여로 메꿔준다"는 좌우편향적 구호를 넘어야만 한다.

핀란드는 사회보장제도가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고용정책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킨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라고 못하란 법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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