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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신 삼성 고문, 메르스 사태 당시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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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신 삼성 고문, 메르스 사태 당시 역할은?

특검 "삼성의 깨알 같은 로비"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감사원 고위 간부 출신인 박의명 전 삼성증권 고문의 증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은 직급에 맞춰 '깨알 같은 로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메르스가 확산된 2015년 여름은, 삼성이 최순실 씨 일가를 지원하던 시기와 거의 겹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비슷한 시기였다. 따라서 메르스 사태 당시에 대한 증언은, 비슷한 시기 삼성의 로비 행태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삼성에 영입된 이들이 하는 일?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 사건 6차 공판에서 박 전 고문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조서에 따르면, 박 전 고문은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삼성 계열사에 고문 또는 감사로 영입된 이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기 출신 부서의 인사 동향, 규제 강화 동향 등을 파악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박 전 고문은 "출근만 삼성증권 사무실로 했을 뿐, 실제로 담당했던 일은 대부분 삼성 미래전략실 업무였다"고 밝혔다. 박 전 고문은 "(자신이 속했던) 삼성증권에서 요청받아 처리한 업무는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박 전 고문의 상사 역할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사장이 했다. 장 전 사장은 삼성에서 오랫동안 대관업무를 맡았었다. 관공서 및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하는 일이다. 박 전 고문은 "장충기 전 사장이 감사원 관련 현안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하거나, 삼성 입장을 감사원에 전달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그걸 실행하고서, 장 전 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결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출신 삼성 고문에게 "감사원 국장급을 맡으라"

이 같은 행태가 전형적으로 드러난 게 2015년 메르스 사태였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삼성의 전방위 로비가 시작됐다.

이수형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이 TF팀을 구성해서 '역할 분담'에 대한 기획을 했다. 각자 직급에 맞춰 밀착 로비를 하는 계획이다. 박 전 고문에겐 "감사원 국장급을 맡으라"고 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박 전 고문은 감사원 국장급들의 동태를 파악해서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고했다.

특검팀은 박 전 고문이 장 전 사장에게 보고한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해당 문자 메시지가 "감사원 내부 자료로 보인다"라고 했다. 감사원의 감사 계획, 담당 부서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는 게다.

특검팀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 가운데는 박 전 고문의 '로비'가 성공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감사원이 박 전 고문의 입장을 고려해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감염병관리법이 아닌, 행정처분만 하도록 한 의료법 등을 적용하기로 수정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다.

그러나 박 전 고문은 이 대목에서 입장이 달랐다. 해당 문자 메시지는 자신이 과장해서 적은 내용이라는 게다. 그는 "삼성증권 고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재계약을 위해 과장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의 결정을 외부인의 로비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충기 전 사장이 감사원 내부 업무 체계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과장된 보고를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물론, 문자 메시지가 온전히 사실이라고 인정하면, 박 전 고문 역시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의명 전 고문 "미전실은 총수가 지휘" vs 최지성 "이재용에게 보고해서 뭐하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감사인데, 왜 삼성 미래전략실이 나서서 로비를 했나. 이에 대해 박 전 고문은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이다. 이 부회장이 병원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해 "그룹 회장 외에 다른 사람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일은 없다. 회장 뜻과 달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해 전인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박 전 고문의 이런 진술은, 앞서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한 이야기와 배치된다. 특검이 지난 14일 공개한 최 부회장의 진술조서에서, 최 부회장은 자신이 "그룹 경영의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지원 역시 자신이 결정했으며, 이재용 부회장에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서 뭐하나"라고도 했다.

그런데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이뤄진 2015년 당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지시를 받으면서 일했던 박 전 고문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그룹 회장 외에 다른 사람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과 박 전 고문 가운데 한 명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삼성의 깨알 같은 로비"

한편 특검팀은 박 전 고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삼성의 로비 행태를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 정도 사안은 방금 소개한 박 전 고문의 진술처럼 대응한다. 그게 아니면, 미래전략실 고위급이 직접 나선다. 그보다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진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삼성의 깨알 같은 로비"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주요 현안에 대한 동향 파악은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라며 "그게 왜 불법 로비냐"라고 따졌다. 또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공식 직함은 삼성그룹 부회장이 아닌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게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라고도 했다.


한편 특검팀은 삼성의 로비 및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 설명하며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의 진술을 자주 인용했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 개혁 운동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상조 교수 언급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역시 "김 교수의 논평을 사실처럼 인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은 계속해서 '로비'라는 단어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특검이 주장하는 '로비'의 실체는 민원인 자격으로서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적법한 행위다. 그것을 마치 불법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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