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8일 '상도동계' 좌장 격인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영입했다. '동교동계' 원로 13명도 이날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문재인 후보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을 하나로 잇고,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김덕룡 이사장을 만나 영입을 공식화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문재인 캠프의 '국민 대통합 정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대한민국위원회'라는 신설 조직의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문재인 후보는 "오늘 김덕룡 총재님을 모신 첫 번째 의미는 3당 합당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 진영이 다시 하나로 통합됐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중도 보수까지 함께할 수 있는 국민 대통합 시대의 출발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덕룡 이사장은 "나같이 합리적인 보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김덕룡 이사장은 문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앞으로 국민을 통합하려면 연합 정치가 필요한데, 문재인 후보는 제일 큰 정당을 이끌고 있고 국정에 참여한 경륜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통합 정부를 만드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덕룡 이사장은 1990년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간 합당을 주도한 뒤, 한나라당 창당에 나섰다가 탈당하고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본인은 신군부 세력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한 3당 합당을 비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문재인 후보는 "이제는 그렇게 국민을 자꾸 편 가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 국민이 한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면서 요구했던 것도 대한민국을 더 진보적인 나라, 혹은 더 보수적인 나라로 만들어달란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번 촛불 집회의 함의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대의에 찬동하는 분들이라면 저는 누구나 새로운 시대에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세력들이 3당 합당으로 잠시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이제 다시 하나로 대통합 국민 시대를 열어서 함께하게 됐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는 김덕룡 이사장뿐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 교수도 이날 영입했다. 이와 더불어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동교동계' 원로 10여 명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원로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적임자는 문재인 후보"라며 "문 후보를 통해 하나 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덕룡 이사장과 김현철 교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영입을 시도했던 인사들이다. 박지원 대표는 "김덕룡 대표와 가까운 상도동계 출신들이 이미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니까 아마 그쪽으로 가신 것 같다"며 "우리가 잘 모시지 못했으니까 그쪽으로 가신 것에 대해서 아쉽지만 뭐라고 하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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