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16일 바른정당 의원들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 가능성을 내비쳐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견임을 전제하고 유 후보의 "상황(지지율)이 나아지지 않으면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시점은 "4월 29일(투표용지 인쇄 시기)까지"라고 덧붙였다.
이 부위원장은 "사퇴 건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총을 열어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치공학적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 유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당의 후보로 남아 있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당의 유력 인사가 안철수 지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곧 '안철수-유승민' 후보 단일화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다.
이 부위원장은 '인위적 단일화'와 관련해 "나는 안철수와 유승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 연대하면 오히려 당선이 안 된다고 본다"며 "안 후보를 내세우려면 바른정당, 국민의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비박이 전부 합쳐서 100여명의 의원들이 지지를 하면 가능성이 있지 그냥은 안 된다"고 했다.
'정치공학적이 아닌 방식'까지 언급한 것 자체가 오히려 정치공학적으로 비칠 수 있다. '묻지마 반문연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른정당 의원 20여명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유승민 후보 사퇴 등을 포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대선 이후 당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유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을 하면서 사퇴론과 관련해 "사퇴는 없다. 사퇴 거론하려면 실명대고 떳떳하게 하라"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바른정당 안에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종구 부위원장의 발언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견'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바른정당이 만약 유 후보를 사퇴시키고,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바른정당 내부에는 과거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 세력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적폐 프레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적폐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격에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안 후보 입장에서 달가운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에 의한 단일후보'를 외쳐온 안 후보의 평소 입장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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