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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광화문 집회 "다음 생엔 헤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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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광화문 집회 "다음 생엔 헤어지지 말자"

세월호 3주기 전야 문화제…"잊지 않겠습니다"

"성호야 안녕, 너를 못본 지 3년이나 지났어. 네가 아직 우리랑 같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실 누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너를 봐. 염색한 너를, 여자친구 손을 잡고 있는 너를.

세월호가 얼마 전에 뭍으로 올라왔어. 너랑 선생님들이 웃으면서 같이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도 거기에는 미수습자 분들이 있어. 세월호가 올라온 것처럼 이분들도 오실 수 있게 해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해서 행복했어. 다음번 생에서는 헤어지지 말자"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의 큰 누나인 박보나 씨가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동생에게 편지를 보냈다. 3년이나 시간이 지났고 세월호도 인양됐지만,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확실히 해결되지 못한 현재진행형이었다.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3년, 서울 수도권 전야 기억 문화제-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행사가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는 "한동안 욕심내며 일도 하고 약으로 버텼다"면서 지난 3년이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3년, 서울 수도권 전야 기억 문화제-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문화제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김 씨는 "그 날의 악몽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으로 버텼는데도 쉽지 않았다"며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하고 숨어 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살아 나온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면서 "사고 이후 2년 만에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왔고 부모님들(세월호 유가족) 뒤에서 늦게나마 1년 남짓 활동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세월호 선체가 육지 위에 힘겹게 올려졌지만 아직 무엇도 온전히 인양되지 못했다. 인양 완료가 아니라 거치 완료"라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그리고 적폐 청산 중에 어느 것도 하지 않겠다면, 그 어느 것도 못해낼 거라면 감히 (다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그는 "국민이 집을(청와대) 비워드렸으니 찌든 때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그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들어가시라"라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국민들 앞에서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안순호 4.16 연대 공동대표는 "세월호가 돌아왔지만 아홉 분의 미수습자 분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셨고 세월호 사고 원인을 조사할 독립적 기구는 부재한 상황이다"라며 "해수부가 여전히 세월호 인양과 수습 및 조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미수습자를 찾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들의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세월호가 우리 눈 앞에 돌아왔다고 해서,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정부가 들어설 것이기에 이제는 좀 믿어도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저희들은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의 주체는 대통령도 정부도 아닌 피해자들과 국민들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조사 대상자"라며 "조사 대상자로서, 책임져야 할 책임자로서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피하지 말고 받으라"라고 말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 직원도 채용하지 못했고 예산도 없다"며 "내년 초로 예정돼있는 제2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도 너무 늦다. 선체조사위 활동 전까지 특조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문화제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제야 우리는 진정 깨닫게 되었다. 세월호가 아직도 다른 이름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을, 사람이 만든 모든 시스템은 그 사람 다움을 잃어버릴 때 사람에게 다시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이라며 "어쩌면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이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가수 이승환 씨와 한영애, 권진원 씨가 나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또 시인 신경림 씨는 지난 1월 7일 세월호 1000일을 앞두고 발표한 본인의 작품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는 제목의 시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또 문화제에는 4.16 가족 합창단이 출연,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 안치환의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 등을 부르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참사의 희생자 이름이 적힌 304개의 풍선이 어둠이 내려진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무대를 채우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문화제는 마무리됐다.

▲ 오른쪽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풍선을 들고 무대를 채운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앞서 이날 오후에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선체조사, 책임자 처벌, 철저한 박근혜 수사와 처벌‧공범자 구속‧적폐청산 세월호 3주기 22차 범국민 행동의 날'이 열렸다. 집회에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드 배치 등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졌던 사안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최석환 백남기투쟁본부 사무국장은 "지난 겨울 박근혜 퇴진 촛불이 타올랐을 즈음 장례를 치렀다. 1년 반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처벌받지도 않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집회에 참가했다고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집시법 개정 운동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1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희생자와 미수습자들의 이름이 적힌 검은 천을 들고 '기억 다짐 행동'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강태 사드 배치 철회 성주 투쟁 평화지킴이는 "앞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에게 명령한다. 이 나라는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다. 두 번 다시 무능한 권력자로 인해 이유 없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라며 "평화를 부수는 사드 배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제에 앞서 이날 오후에는 제22차 범국민 행동의 날이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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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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