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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문재인 정서'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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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문재인 정서'를 넘어서

[민교협의 정치시평] 정권교체의 의미를 생각할 때다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이루어지고 짧은 일정의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는 큰 변화의 와중에 있다. 이 같은 정치 상황 자체가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나선 대다수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입은 것이지만,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가 야당의 두 후보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고 논란도 분분하다. 촛불로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지면서 제1야당의 후보가 유력 주자로 부상한 것은 당연한데, 갑작스럽게 대세론이 무너지고 양강 구도가 형성된 것이 여론조사상의 혼선인지 실제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구집권세력 후보들을 멀찍이 제친 야당 후보들 사이의 각축 자체는 크게 보아 촛불민심의 반영이고 장래 한국의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라고 읽을 여지가 있다.

야당 후보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처럼 상호 경쟁을 벌인 것은 과거 김대중 김영삼이 함께 나선 87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당시 6월 시민항쟁에 힘입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두 유력 주자의 동시 출마로 인한 야권 분열로 노태우 정권이 탄생한 바 있다. 군사독재의 연장을 막아낸 시민혁명의 의미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를 통해서 왜곡되면서 실질적으로 기득권 구조가 연장되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이번 대선도 정치권 내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직접적인 개입과 실천이 기존 정치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선거는 촛불시민혁명으로 표출된 국민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배신이 되풀이될 것인가?

87년 대선과 다른 점은 보수정치세력이 정권 재창출은 꿈꿀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이든 바른정당이든 지지율이 바닥권을 맴도는 것은 이 두 정당의 뿌리인 새누리당의 행태가 국민의 징벌을 받은 결과다. 그런 점에서 야당 후보 양강 구도로의 대선 구도 재편은 한국 정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87년 체제 아래서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치집단은 냉전 이념을 등에 업고 기득권 구조를 대변하는 수구세력으로 권력을 행사해왔다. 말하자면 '가짜' 보수가 정치적 보수를 참칭하면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를 일삼아왔으며 그 폐해가 결국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초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한편으로 보수를 제자리에 세우는 이중의 과정이기도 하다.

'반문재인 정서' 허상이면서 실존하는 그것을 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당면 문제는 과연 어떤 정권교체가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인 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의원 수 40명에 불과한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가 부상하게 된 것이 스스로의 경쟁력이나 정당의 위상과는 무관하게 현재의 정치지형의 소산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언필칭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자칭해온 정치세력이 몰락하면서 갈 곳을 잃은 표심이 상대적으로 보수에 가까운 안철수 후보로 모인 것이 그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일부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반문재인 정서'라는 현상과 결합하면서 이 같은 구도를 창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반문재인 정서의 정체는 무엇인가?

반문재인 정서를 형성하는 원천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과거 보수집권세력을 앞장서서 뒷받침해온 냉전적인 수구집단, 즉 '태극기' 집회로 대변되는 집단이고, 다른 하나는 기득권 질서의 큰 변화를 원하지 않는 지배 블록 내의 다수 보수세력이다. 이는 정치권이든 재계든 언론이든 대다수 기득권 엘리트 집단이 가지는 근본적 변화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경계의식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 유형 외에 우리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반문재인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과거의 낡은 이념에 매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사회에 맞서는 새로운 전망이 요구된다는 것이며, 그것이 안철수 후보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흐름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의 두 유형이 촛불민심에 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가 촛불시위를 촉발했기도 하거니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켜온 기득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여망이 국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한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반문재인 정서다. 과연 이 같은 정서가 얼마나 근거 있는 것이며 역사적 관점에서 의미를 가지는가?

친문이니 패권주의니 하는 레테르를 씌우는 것이 정치공학적인 전략의 소산인 점은 있지만, 문재인 진영 내부에 근대주의적 발상에 기반을 둔 '낡은' 이념의 요소가 혼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내세우는 새로운 탈근대적 대안을 찾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안 모색은 그 자체로 필요하고 앞으로도 추구되어야 하겠지만 당면한 선거에서는 정치지형이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지 고려해야 하고, 정권교체의 현단계적 의미가 무엇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부류의 고민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을 법하다. 87년의 시민항쟁의 의미가 이어진 대선을 통해서 왜곡된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은 무엇인가?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87년의 시민항쟁은 분단체제에 기생해서 남한 사회를 지배해온 세력들의 주도권을 회수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정권을 창출하라는 국민 여망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시민항쟁이 탄생시킨 87년 체제는 군부세력의 재집권과 개혁의 유보로 귀결되었다. 이후 일정한 민주주의의 진전이 있었으나 87년 체제에 뿌리박은 유신잔재가 힘을 발휘하면서 시대역행이 일어나고 결국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게 된 것이다.

이번 대선이 촛불시민혁명의 원 뜻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치러져야 하는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다. 과연 정권교체로 촛불에 깔려 있는 민심이 제대로 반영될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개별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어떤 정치집단이 기득권 구조 혁파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두 가지 미완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엄정한 판단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87년 대선도 그랬지만 선거가 민의를 왜곡하는 폐해를 감수하기로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지난 대선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난겨울 혹한에서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모여든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그 진정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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