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 제도를 내년에 시행하려던 청와대의 방침이 무산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일본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서머타임을 도입할 경우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외교적 사전 정지작업 없이 일단 '강행'을 선언하는 이명박 정부의 사업추진 방식이 또다시 논란만 부른 셈이다.
'오락가락' 서머타임, "내년에 시행한다"→"사실상 어렵다"
청와대가 내년 서머타임 도입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직후였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큰 방향에서는 서머타임이 시행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또 청와대 측은 서울대 경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7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서머타임 도입 효과'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시하며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에너지 절감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편익은 1362억 원, 출퇴근 시간의 분산으로 인한 기대효과도 808억 원~919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곧바로 "오히려 노동시간만 1시간 늘어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국민여론의 거부감도 적지 않았고, 연구용역 보고서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관련기사 : 서머타임으로 1362억 이익?…경제효과 논란 확산)
일본 정부와의 합의도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부는 이 자리를 통해 양국이 동시에 서머타임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는 방침이었지만, 결국 거론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54년 만의 정권교체로 국내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우리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 지난 11월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머타임제 실시를 한일 양국 정부에 촉구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관 대상으로 '모의 서머타임'" vs "공무원이 봉이냐"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2011년 여름부터 서머타임을 공동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와대는 일단 내년 중 중앙행정부처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모의 서머타임' 시행을 추진키로 했지만, 이마저도 좌초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내년에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 조정을 통한 탄력근무제를 시범 도입해 성과를 분석한 뒤 최종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결론이 내려진 것은 없으며, 내년 1/4분기 중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민간기업을 제외한 행정부처만의 '모의 서머타임'은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시행할 공공기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두고도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무원 사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서머타임 도입 문제는 현재 한일 정부 간에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 이상 진척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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