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5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이른바 '제3지대 연대'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정치권 인사들 가운데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직접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없는데, 그런 경우도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분석이나 평가를 해봤을 것 아니냐. 승산이 전혀 없는데 그렇게 무모하게 하실 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대통령 후보로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어떤 연대를 해서 문재인 후보를 꺾는 데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판을 만드는 역할'만 한다면 상당히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달 11일 김 전 대표가 인명진 당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만날 때 동석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지금 제3지대에서 김 전 대표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호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이날은 "김 전 대표가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며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윤 전 장관은 대선 구도에 대해 "저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구도로 갈 가능성에 높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보수 세력이 일단 몰락을 해서 빈 공간이 크게 생겼는데, 그 공간을 안 후보가 차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래서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인데, 저는 이게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 쏠림 현상이 생기면 가속도가 붙는 경향이 있어서 안철수 의원 지지도가 계속해서 올라가지 않겠느냐. 그렇게 전망을 하면 양자 구도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부연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독자적인 힘으로 문 후보를 꺾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안 후보 자신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또 문 후보에게 정권을 줄 수 없다는 보수 성향 후보들이나 정당 지지자들이 연대를 하자고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연대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친박 핵심이라고 부르는 소수의 인물들을 정리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자유한국당하고 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 전 대표에 대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80%가 넘는다고 계속 나오는데도 문 후보의 지지도가 40%를 못 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지도가 '갇혀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비호감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도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김종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연대를 한다면 사실상 양자 대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종인 박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시다시피 정치는 세력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경륜만 있다고 되느냐? 경륜 하면 김종인 박사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도 하겠지만, 그래서 그 분의 심정은 100%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력이 얼마나 있을지 그것은 좀 미지수가 아닌가"라고 부정적 전망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윤 전 장관과는 달리 '비문(非문재인) 진영의 연대에 의한 양자 구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호남 유권자들은 햇볕정책을 추구해서 남북 대화를 일으켜 왔다는 자부심과 광주 정서가 강하다"며 "그런 면에서 김 전 대표는 지난번 총선 때에도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 양면적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처음부터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남'과 '중도'라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는 것. 즉 김종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손을 잡는다면, 중도 표심에는 소구력을 가지겠지만 호남 민심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의원은 나아가 "'반문연대'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어떻게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반대해서 연대를 한다고 하나.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고, 제가 관심을 가졌던 제3지대론과는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추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원내교섭단체가 되어 있는 정당이 경선을 거쳐서 후보를 냈는데, 그 후보가 그것을 포기해 버리면 사실상 그 정치세력은 사망선고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저는 그런 일 생기지 않는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대선 전망에 대해 "쉽지는 않지만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본다"며 "물론 문재인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시간도 있고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두고 봐야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근거에 대해 "한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느냐, 한국당으로 지지를 결집하느냐, 아니면 안철수 후보를 찍느냐, 유승민 후보를 찍느냐. 그런 부동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날 <조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해 "독자 노선으로 가겠다면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 내가 감정의 골이 깊다고 하지만) 원한 관계도 아니지 않느냐. 서로 당을 달리하고 선거 때 경쟁 관계여서 다소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것이지"라고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타 주자들이 통합정부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진행하는 과정을 봐야 한다"며 "내가 꼭 무얼 해야겠다고 맹목적 욕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것(통합정부)을 할 수 있게 압박하는 소명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실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정치 세력들을 겨냥해 "통합정부가 구성이 안 되고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나"라며 "합리적으로 사고해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안 받아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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