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일부 강성 보수층의 결집은 다소간 있을 수 있으나, 범보수층이 새로 조직되거나 판세의 변화가 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층에 의해 핍박받은 것이 아니라,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의해 구속됐기" 때문이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전체 판세에 역풍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윤 실장은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친박근혜계인) 김진태 예비 후보와 친박 단체들이 강하게 결집해서 홍 지사가 당을 장악하기 어려울 수는 있겠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여부, 구속 여부에 따라서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윤희웅 센터장은 "탄핵이 한참 남았을 때는 오지 않은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탄핵이 현실화된 지금은 보수의 회복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 증명되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변수는 원래 없었다"고 말했다.
정작 탄핵이 인용된 지금 대선의 주요 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인물'과 '구도'로 넘어왔다는 분석이다. 보수층 '스윙 보터'가 결집하지 못하는 것은 '박근혜 변수'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줄 인물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절하고, '대선 모드'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31일 SBS 라디오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보수 결집을 만드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새로운 미래를 엮어갈 올바른 대통령을 뽑는 데 더 선명한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과거'로, 다가올 대선을 '미래'로 규정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조차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지만 박근혜 시대는 이제 끝났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날"이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만약 홍준표 지사가 이날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원내 5개 정당 후보들 가운데 '친박 후보'는 한 명도 없는 구도가 짜인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수의 결집'을 위해서라도 자유한국당 후보마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교수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홍준표 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1차적으로 정리해내고 '보수의 개혁'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서 실제로 보수를 재편하는 개혁적인 노력을 충분히 해야만 경쟁력이 생기고, 보수가 결집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후보가 최종 결정되는 데 이어 다음주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후보가 결정되면 남은 것은 구도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소속 후보들이 10%대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 2위로 약진한 점이 도드라진다. (☞관련 기사 : 안철수 9%p 상승…'안철수의 시간' 오나?)
다만, 안철수 전 대표가 약진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이 양자 대결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대선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교수는 "안철수 후보에게 가장 좋은 구도는 양자 대결 구도이겠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막판에 안철수 전 대표가 원하는 것처럼 실제로 국민이 알아서 연대를 해주실지는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윤희웅 센터장은 "보수 진영 후보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우니, 만약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면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지지로 순차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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