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이송하기로 합의했다. 김정남 피살로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양국이 6개 항의 공동 성명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성명에서 양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사망자의 가족으로부터 시신과 관련한 모든 문건들을 제출하였으므로 말레이시아는 시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사망자의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데 동의하였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밝힌 '사망자(김정남)의 가족'은 이복형제인 김정은을 비롯한 김정일 일가로 풀이된다. 결국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을 그의 아들인 김한솔이 아닌, 김정은에게 보내기로 결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양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벌였던 외교적 갈등을 봉합하기로 합의했다. 성명은 "쌍방은 두 나라 공민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자국령 내에서 그들의 안전을 담보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이에 따라 평양에 있는 9명의 말레이시아인들이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 성명은 "두 나라는 무사증(비자)제를 재도입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토의하기로 하였다"면서 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담았다.
성명은 "쌍방은 쌍무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며 "쌍무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같은날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발표문을 통해 "사망자의 부검이 완료됐으며 시신을 북한으로 보내 달라는 가족의 편지가 접수됨에 따라 검시관이 시신 인도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나집 총리는 여기서 언급한 가족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은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벌어진 심각한 범죄에 대해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남의) 살인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재판에 넘기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집 총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긴 것은 사건을 이쯤에서 종결하고 북한과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북한 소행이라는 '심증'만 있는 '영구 미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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