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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촉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구성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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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촉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구성해 봤다

[정욱식 칼럼] 사드가 미국의 선제타격 결정에 미칠 영향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예방적 선제공격을 검토할 때,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및 X-밴드 레이더의 유무는 어떤 차이를 불러올까? 이는 한국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공론화되지 못한 질문이다.

물론 이러한 질문이 미국의 대북 무력 사용이 임박했다거나 미국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함은 아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나 외교와 같은 다른 수단이 고갈되고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문턱에 다다른다면, 미국은 예방적 공격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따뜻한 햄버거 협상"에서 "전투용 망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해 올려놓고 있다"고 공언한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미국이 대북 공격을 검토할 때,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력 사용의 성공 가능성, 전면전을 포함한 확전 가능성,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 그리고 자국과 동맹국이 입게 될 피해 등이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미국은 무력 사용을 결심할 경우 한반도 안팎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시켜 북한의 보복 공격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엔 제한적 목적, 즉 북한과의 전면전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일부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달해 개입하지 말라고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은 당연히 북한의 보복 공격에도 대비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에 사드 및 X-밴드 레이더의 배치 여부는 미국의 정책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로 북한의 미사일을 이용한 보복 공격을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그래서 자국과 동맹국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북 선제공격의 유혹은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드는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한 한국 방어에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셈법은 다를 수 있다. 가령 주한미군의 집결지인 평택권 방어의 경우,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패트리엇으로, 고고도로 날아오는 것은 사드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작전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통해 북한 미사일을 최대한 파괴한 것과 병행될 것이다.

미국의 셈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주에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되면, 주일미군을 포함한 일본, 괌, 하와이, 미국 본토 방어에도 유리해진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X-밴드 레이더는 MD에서 뇌 기능을 수행하는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과 직접 통신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또한 C2BMC는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인 데이터 링크-16을 통해 X-밴드 레이더에서 전달 받은 정보를 다른 MD 자산에도 전달할 수 있다.

즉, 유사시 북한이 주일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성주 레이더는 이를 탐지·추적해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체제(ABMD)와 패트리엇에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괌, 하와이,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이처럼 촘촘히 짜인 MD로 북한의 제한적인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 사드 배치가 품고 있는 최후의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너무 소설 같은 얘기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례는 이러한 분석이 결코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걸프전을 버렸을 때에도, 94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검토했을 때에도,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에도, 그리고 같은 해에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검토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바로 패트리엇 배치였다.

북한은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94년 패트리엇이 한국에 반입되었을 때, 북한은 미국에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는 이라크와 다르다", "서울 불바다" 발언도 이 때 나왔다. 200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중하다. 사드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MD가 강화될수록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대비 태세도 높일 것이다. 여기에는 "잃기 전에 쏜다"는 핵 교리에 따라 '경보 즉시 발사' 태세도 포함될 수 있다.

사드 자체는 분명 방어용 무기이다. 그런데 공격용 무기보다 더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방어력까지 구비한다면, 공격력을 사용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드는 미국과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사드의 숨겨진,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쟁은 대한민국 안보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은 몰라도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절대 안보를 추구하려는 심리적 욕망이 절대 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 인류 사회가 핵 시대에 어렵게 길어 올린 깨달음이었다.

동시에 MD가 없어도 상대방을 절멸시킬 수 있는 공격력만으로도 상대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냉전을 '긴 평화(long peace)'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렀던 까닭이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는 체제 생존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북한은 핵을 쓰는 순간, 종말을 피할 수 없다. 한미동맹은 이미 이러한 힘을 충분히 갖고 있다. 사드의 대안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10년 가까이 마다해온 두 가지 대안을 대북 억제와 병행해야 한다. 관계 개선을 통해 전쟁 가능성을 제거하고 협상을 통해 북핵을 동결·감축·폐기할 수 있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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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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