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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슬픔

[문학의 현장]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기를

우리라는 슬픔

거짓말의 길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차벽을 향해 걸어가면서

거짓말의 밑바닥은 몇 마리인지 세어본다
차벽을 두고 돌아오면서

잊어버리면 픽 웃으며
한 발자국에 한 마리씩
다시 한 마리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우리라는 말이
광장에 뿌려졌을 때
이걸 선물이라 좋아해야 할지
이걸 폭탄이라 두려워해야 할지 몰랐지만

우리는 꿈에도 사라진 희미하고
뚜렷한 우리가 되어서
차벽을 향해 걸어가고
차벽을 두고 돌아온다

우리라는 슬픔을 완성하기 위해서
너무 오랫동안 쌓여서
끝도 보이지 않는 슬픔을 완성하기 위해서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윤리적인 희망은 무엇일까? 2월 27일 탄핵 최종변론일이 끝났다. 특검의 연장도 황교안 권한대행의 불승인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현실정치에서 불승인을 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예측하면서도 혹시 승인을 하지 않을까하는 희미한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못한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최종변론일이 있은 후 14일 이내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것인지 탄핵을 기각할 것인지는 이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손에 남게 되었다. 대통령 변호인단의 최종변론일 연장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볼 때 희망의 평수를 조금 더 키워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의 쓸쓸한 협박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할 때 희망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 희망이 어떠한 것이든 수용하면서도 윤리적인 희망은 무엇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법의 정신이 최종 판결을 통해 그 모습을 곧 드러낼 것이다. 꿈을 꾸고 희망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과거 역사를 통해 광장에 모였던 촛불들은 여전히 불안과 공포를 안고 마지막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서있다. 부디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법의 정신이 대한민국에도 뿌리내리고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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