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더이상 미디어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임시국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노골적인 직권상정 처리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디어법을 상임위 차원에서의 논의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 앞으로 문방위 소집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종 수정안을 위한 야당과의 협상은 간사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종 수정안은 언제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최종 순간까지 수정안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발의해 곧바로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이어 "우리가 할 노력은 다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3월 초에 '합의 후 이뤄진 첫 본회의에서 (미디어법 처리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의장에게 (책임이) 넘어갔다"고 압박했다.
나 의원의 이같은 선언에 민주당 측 간사 전병헌 의원은 "문방위에서 미디어법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나라당이 마침내 국회를 한나라당 일당 독재식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자칫 수정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의되고 직권상정을 통해 순식간에 처리되는 일이 벌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종안을 직권상정의 날치기 순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 국민의 저항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의원은 또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 총량'은 초과됐다. 김 의장은 당장 오늘이라도 '미디어법 직권상정 안 할테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라'고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기자들은 이제 문방위 회의장 문 앞에 (점거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집에 가도 좋다"고 말했지만,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언제 이성이 마비되서 (했던 말을) 헌신짝처럼 팽개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문방위 회의장에는 지금처럼 최소 한의 인원이 계속 남아 점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우려 불식" VS 전병헌 "교언영색"
한편 한나라당은 수정안을 공개하는 대신 '미디어법 개정안 일부 수정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를 배포해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PP 진입 허용 지분율 조정 시청점유율 제한 규정 도입, △대기업, 신문의 지상파 방송사 지분 보유 2013년까지 유예 등을 검토사항으로 거론했다.
'매체 합산'이 아니라 신문, 대기업 등이 경영에 참여하는 방송사업자에 한정해 30% 이상 시청 점유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시청점유율 제한 규정'에 대해 대해 나 의원은 "강력한 사전 규제에 이어 사후 규제를 통해 여론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수정 검토 했다고 완화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교언영색으로 자신들의 직권상정 속셈을 가리기에 급급한 표현상의 변화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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