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저지선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다. 17일 오후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문방위 문 앞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당 소속 문방위원들을 격려 방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거의 매일 같이 방문하고 있는데, 마치 전장의 사령관이 최전방 초소를 방문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국회 문방위 회의실 입구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문방위원들을 격려차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천정배, 전병헌, 최문순, 조영택, 변재일, 서갑원, 장세환 등 문방위원들은 지난 14일부터 문방위 문 앞을 지키며 교대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고, 이종걸 의원 대신 새로 합류한 김부겸 의원도 배치 첫날부터 철야 농성을 하는 등 결사 항전 태세다.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가 '미디어법 개정안 일부수정 검토' 자료를 발표한 뒤 "앞으로 문방위 소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법은 이제 내 손을 떠났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직권상정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차, 2차 저지선에 외곽 교란 전술까지 총력전
2차 저지선은 역시 본회의장이다. 이날 제헌절을 맞이해 최소 인력만 남기고 본회의장에서 철수한 상태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본회의장을 중심으로 점거 농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말 본회의장 점거 농성 경험상 전투가 벌어지면 우리가 유리하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잠자기 좋은 데가 어딘지 아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안 가르쳐줬더니 참 불편하게 자더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직권상정이 이뤄질 경우 국회 경위 인력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야당 의원들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전선 외곽에서는 다른 야당들과의 연대전술과 김형오 의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교란전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과 함께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미디어법 저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를 정식 제안한 것을 이용해 "국회의장이 야당과 국민의 신뢰를 잃어 일방적으로 직권상정하고 편파적으로 개헌 논의를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있다면 (개헌 논의가) 될 리 만무하다"며 "국회의장이 정당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서도 좋다는 공감부터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압박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날치기를 당한 민주당의 입장에서 개헌정국에 동참할 수 있겠느냐"며 "직권상정으로 국민들 의사를 짓밟는다면 불행한 일이 올 것이고 김 의장이 소망한 개헌은 물 건너갈 것이라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당 내에서는 '박근혜 안'을 이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에 대한 의견도 있으나, 사실상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안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민주당에서는 온통 어두운 전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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