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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표창 논란', 마타도어는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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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표창 논란', 마타도어는 그만두자

[기고] 아름다운 경선을 해야 할 이유

정치캠페인에 있어 네가티브란 무엇인가? 경쟁자의 무능과 실정(失政)을 공격하는 소구전략을 뜻한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과 사실관계(fact)에 근거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네가티브는 부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정책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캠페인과 더불어 설득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쌍둥이 주력 무기다.

한편 (주연 투우사라는 스페인말에서 기원한) 마타도어(matador)는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흑색선전(黑色宣傳, black propaganda)을 말한다. 전형적 사례가 무엇일까? 지지난해 검정제 국사 교과서를 북한과 연결지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한 새누리당 현수막이 그런 것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세력 간의 공격과 방어다. 그러니 과도한 도덕적 근본주의에 함몰되어 상대에 대한 정치적 공방의 핵심을 포기하라는 것은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티브와 마타도어는 구별되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특전사 공수부대 시절 주특기가 폭파병이었다.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가 총을 맞아서 참 군인의 초상이 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중에 제1공수여단 여단장인 전두환 장군,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던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요 며칠째 '전두환 표창 자랑론'이란 이름으로 언론지상을 뒤흔들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 원본이다. 맥락 상 누가 봐도 자신이 군 생활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 하는 걸로 해석된다.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라고 전제하고 전두환을 거명한 대목이 팩트 상 뭐가 그리 부적절한 발언인지 많은 이들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

나는 오히려 그가 '내 인생의 사진'으로 굳이 '특전사 시절 모습'을 들고 나온 것이 오버였다고 본다. 5·18 관련으로 투옥되었고 6월 민주화항쟁 등 평생을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삶에 있어 가슴 뭉클한 장면이 많았을텐데. 아내와 연애 시절 수줍은 모습이라든지, 민주화 투쟁 시기의 뜨거운 모습이라든지 이런 것이면 좋았을텐데.

정치 입문 이후 극우 성향 유권자에게 "빨갱이"라고 끊임없이 시달려온 사람이 그였다. 그러하니 아마도 문재인의 속마음은 이랬을 게다.

'심지어 평생을 두고 반대하고 싸워온 전두환 조차 나한테 표창을 했을 정도이니 나의 애국심과 안보관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못할 겁니다.'

나는 그가 차라리 솔직히 그렇게 터놓고 말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가 캠프 내의 준비를 거쳐 이런 사진 선택한 이유가 "무리해서라도 보수 쪽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의도 아니었나?" 라고 비판을 한다면 그건 일리가 있다고 본다.

▲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 모습. KBS 화면 갈무리

그러나 위와 같은 발화문 전체에서 앞 뒤 맥락을 다 자르고 '전두환'과 '표창' 이 두 단어만을 의도적으로 결합시켜 부각시키는 방식이 과연 온당한가? 이러한 메시지 가공을 거쳐 "문재인이 전두환에게 표창받은 것을 후보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몰아가는 것이 과연 떳떳한 행동인가? 아무리 표가 급해도 정도가 있다 생각한다. 평생을 두고 군부독재와 싸워온 사람을 "전두환한테 표창 받은 걸 자랑하고 있다"고 공격하다니. 이것이 바로 마타도어인 것이다.

이번 해프닝에 있어 문제는 2가지라고 본다. 첫째, 위의 발언을 '전두환 표창 자랑론'으로 해석하고 확산시키는 시도 자체가 "명백한 악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그리고 더 큰 문제는), 처음에는 논란도 되지 않았던 이 발언을 처음 부각시키고 불을 붙인 것이 다른 경선 후보 캠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민주당 경선은 외형으로는 일개 정당의 대선후보를 선택하는 행사다. 하지만 기실은 차기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이벤트 아닌가. 3월 25일 광주호남 경선이 향후 투표 향방을 가름하는 핵심적 순간이 될 것이다. 여기서 기선을 제압해야 할 필요를 강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렇게 극단적 공격으로 가야 하는가? 발언의 맥락이나 문재인이란 사람의 삶의 궤적을 통해, 해당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를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논란을 침소봉대 시켜야 하는가? 더구나 자유한국당도 바른정당도 아닌 같은 당의 경선 후보 진영에서. 사정이 이러하니 자유당도 바른당도 얼씨구나 장단 맞춰 날뛰는 것 아닌가.

다른 경선후보에게는 이보다 더한 약점이 없겠는가? 그것을 샅샅이 골라내어 서로 이런 방식으로 수류탄 던지다가는 경선 판이 다 망가진다. 서로 상처 받고 갈라진 마음이 경선 후에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워진다. 도대체 누가 그런 결과를 바라겠는가?

제안드린다. 이만하고 그쳐야 한다. 문재인 측도 안희정 측도 이재명 측도 최성 측도. 지금까지 수없이 서로 약속한 대로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자. 치열하게 정책으로 승부하고 마땅히 비판해야 할 것을 당당하게 비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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