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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진행중인 '핵실험'을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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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진행중인 '핵실험'을 반대하는 이유

[초록發光] "핵 사이클 완성은 핵 위험 고리의 완성"

지난 1월 17일,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의 70여개 단체와 정당이 '핵재처리 실험 저지를 위한 30km 연대'라는 공동 운동기구를 출범시켰다. '30km'는 핵발전소 주변에 설정되는 비상계획구역의 통상적 범위인데, 이 명칭 아래로 인근 지역 단체들이 모인 이유는 그 30km의 한가운데에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실험과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을 강행하는 움직임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기사 : 대전서 1천조짜리 위험천만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인구가 밀집한 지자체들 사이에서 핵물질이 다루어진다는 것에 대해 우려가 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그 우려를 더욱 크게 할 만한 모습을 보여왔다. 2월 9일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원자력연구원 특별감사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 전에 대전 KBS가 보도한 방사성 콘크리트 폐기물의 금산군 불법 매립, 서울 공릉동 연구로 폐로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과 토양폐기물의 야산 방치와 매립, 우라늄 변환시설 폐기물의 무단 용융 등이 포함되었다. 또 한 해 전에는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6년간 1699개의 핵연료봉이 반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연구원 내 하나로(HANARO) 원자로의 내진 보강 공사 과정에서도 부실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30km 연대'는 이에 즉각 항의하며 긴급 기자회견 등 규탄 행동에 나섰다.


그런데 여기서 원자력연구원의 안전 관리 소홀이라는 측면 외에 중요하게 생각해 볼 것 중 하나는 핵 사이클, 정확히 말하면 핵연료 사이클의 완성이 한국에 갖게 될 의미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핵발전의 위험은 대개는 핵발전소 담장 안쪽에 한정된 것이었다.

현재 한국의 핵발전소들에서 쓰는 핵연료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옐로 케이크'라 불리는 분말 상태의 우라늄을 수입하여 외국 업체에서 농축 공정을 거쳐서 들여온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처분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서 각 발전소에 임시 보관 중인 상태다. 따라서 핵발전과 관련된 핵물질이 핵발전소 외에서 처리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초기 단계의 실험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 특수금속용기에 담겨 철도와 도로로 운송되는 사용후핵연료.

'핵 사이클'이라 하면 뭔가 좋은 것처럼 들리고, 완성되어야 당연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함으로써 폐기물의 양도 줄이고 재활용 할 수 있는 핵연료(MOX)도 얻을 수 있어서 환경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주장도 전개된다. 하지만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개발의 현실성 여부와 별개로, 재처리로 폐기물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더욱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며, 재처리된 연료와 반응로의 안전성 여부도 여전히 시비 거리다. 그리고 그 이전에 확인할 것은 핵 사이클이 핵발전의 필연적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핵 사이클은 핵연료의 일생에 비유할 수 있는데, 핵발전 연료를 만들기 위한 '프론트엔드' 단계, 임계 반응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서비스' 단계, 그리고 사용후핵연료로서의 '백엔드'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백엔드 단계에 해당하는 재처리를 거치지 않으면 열린 연료주기 혹은 닫히지 않은 사이클이 되는 것이고, 재처리를 거치면 닫힌 연료주기 혹은 핵 사이클의 완성이 된다. 그러니까 재처리 없이 사용후핵연료의 동굴 처분 등을 추진하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독일 같은 나라들은 이 사이클의 고리를 잇지 않기로 한 것이며, 일본과 영국은 고속증식로 등으로 핵 사이클을 완성하려 하다가 실패하여 포기한 상태다. 결국 핵 사이클은 필수적인 목표라기 보다는 선택의 문제이며, 그 완성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은 더욱 의심받는 상황이다.


세계 핵사고의 역사(<세계 핵사고사>(니시오 바쿠 지음, 자주달개비 펴냄))를 보면 1990년대부터 핵 사이클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일본의 몬주 고속증식로에서 나트륨 누설 화재 사고가 났고, 1997년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에서 사용후핵연료 수송 화물 열차가 탈선했으며, 일본 도카이 재처리 공장의 드럼통 고화 시설에서 폭발 사고도 났다. 1945년에 군사적 용도로 처음으로 반응로에서 핵물질이 만들어진 이후 세계의 핵발전소들에서 핵 폐기물들이 쌓여갔고, 1980년대가 되자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재처리를 포함하는 핵 사이클이 모색되었는데, 그게 핵 사이클의 악몽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핵발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부르는 이유가 극적으로 실감나는 시대가 되었다.


사용후핵연료의 활용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준비와 운송 과정에서도 많은 부담과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산업적 규모의 백엔드 핵물질 운송은 1960년대 초에 시작되었는데, 초반에는 플루토늄 분말이나 MOX 연료 형태로 이루어졌고, 1995년에는 유리화된 고준위 폐기물이 최초로 선적되었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96%), 플루토늄(1%) 및 핵분열 생성물(3%)을 함유하고 있어, 특수금속용기에 담긴 채 해상 또는 철도로 운송되고 있다. 이 육중한 특수용기는 핵물질 관리의 치밀함을 의미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 핵물질의 치명성의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핵 사이클의 완성은 핵 위험 고리의 완성이며, 이 고리를 끝까지 이을지 아니면 여기서 중단하고 더 빠른 탈핵으로 갈지는 선택의 문제다. 앞으로 전개될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론화의 내용에는 처분장 입지 문제뿐 아니라 이 핵 사이클 자체에 대한 사회적 판단 문제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제 대전 지역은 한국 탈핵운동의 조용한 태풍의 핵이 되어가고 있다. 핵 사이클의 고리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대전과 인근 지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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