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제) 보복으로 인한 한국의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147억6000만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며, 그로 인해 GDP 기여도가 1.07%포인트 하락하리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8일 IBK경제연구소는 과거 중국의 대일본 경제보복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 사드 경제보복이 1년가량 지속될 경우를 가정해 예측한 결과, 한국은 일본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중국 경제의존도가 더 크고,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 역시 더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관광산업 무너진다
이와 관련, 2015년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45.9%에 달해 일본(17.9%)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전체 수출 대비 대 중국 수출 비중 역시 한국은 26.0%에 달해 일본(17.5)보다 더 크다. 대중국 수출 둔화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일본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3582개 기업은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벌써부터 중국 롯데 등 적잖은 기업이 인적, 물적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관광산업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5년 현재 한국 관광객 1323만 명 중 중국인 비중은 무려 45.2%에 달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을 넘어선 일본의 관광객 수는 1974만 명이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25.3%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한국은 중국이 관광객 통제를 시작하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 106억 달러의 72%인 76억 달러 수입을 외국인을 통해 올리는데, 이들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4대 면세점(호텔롯데, 호텔신라, 워커힐, 동화면세점) 기준 중국인 관광객 매출액은 5조 원으로, 전체 8조1000억 원의 62% 이상이며, 외국인 관광객 매출 5조8000억 원의 무려 86%를 점유한다.
간단히 말해, 중국인이 한국을 찾지 않으면 한국 관광산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2015년 GDP 1558조6000억 원 중 수출과 관광·콘텐츠 산업의 비중은 27.4%인데, 이 중 중국 경제노출 수준은 GDP 대비 7.8%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규모 17조 원
IBK경제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그 피해 규모를 정리했다. 상품수출이 5%, 관광객이 20%, 콘텐츠 부가가치가 10% 감소할 경우 피해 규모는 76억9000만 달러(약 9조 원)에 달했으며, 이로 인한 GDP 기여도 하락률은 0.59%포인트였다.
상품수출이 10% 감소하고, 관광객이 30%, 콘텐츠 부가가치가 20% 감소할 경우 피해 규모는 147억6000만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며, GDP 기여도 하락률은 1.07%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수출, 관광, 콘텐츠 산업의 직접 피해 규모일 뿐이다. 해당 피해로 인해 줄어드는 고용효과, 신규투자, 연관산업 부가가치 감소를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고 IBK경제연구소는 지적했다.
특히 연구소는 "중일관계 악화로 인해 한국은 2012년 중국의 수입 2위국에서 2013년 1위국으로 도약했다"며 "반사이익 기저효과까지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국내 연구소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역시 한국이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며,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노출된 수준이 GDP의 11%에 달해 "한국이 중국의 경제보복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인 90% "한국 보복 찬성"
이미 지난해 사드결정 이후부터 중국의 경제보복은 본격화하고 있으며, 중국 내 반한 감정도 커지고 있다.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사드를 배치하는 한국을 제재해야 하느냐'는 설문에 응답자 88.3%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경보> 조사에서도 응답자 87%가 반한감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8일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한 달 동안에만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27건의 반대논평을 냈고, <인민일보>는 무려 265건의 비난보도를 게재했다. 중국 정부가 인민의 반한 감정을 부추겨 한국 때리기에 '다걸기'한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인의 중국 진출 역시 어려워졌다. 기존 한국인은 사업, 과학기술 연구, 문화·교육·체육 교류 등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때 필요한 상용비자 발급을 초청장 대행 업무를 담당하던 여행사를 통해 쉽게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일부터는 중국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직접 받은 초청장이 없이는 상용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유커(游客,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줄어듦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22.8%에 달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10월 4.7%로 뚝 떨어졌고, 11월에는 1.8%까지 내려앉았다.
'명동거리가 텅 비었다'는 보도가 이어질 정도로 실질적 타격이 이제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더 극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류, 게임에도 악영향
한류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 타격 역시 비공식적으로 지난해부터 쭉 이어졌다. 2014년 기준 콘텐츠산업의 대중국 수출액은 13억4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로 전체의 26.2%에 달했다.
일본(16억 달러, 31.2%)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핵심 수출국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한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게임산업 피해 역시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게임산업은 대중국 콘텐츠 수출의 71.4%에 달할 정도로 대중국 핵심 산업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전 세계 3분의 1에 달하는 20조 원 규모의 큰 시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이 판호(인허가)를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하며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IBK경제연구소는 이들 산업 외에도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화장품(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화장품 수입국),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사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도 강화되고, 중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도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대대적인 경제보복 조치가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소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지난 2012년 중국이 이본에 가한 대대적 경제보복 결과, 2012년까지 중국의 수입 1위국 자리를 지켰던 일본은 2015년 4위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대일본 중국인 관광객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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