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 그룹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롯데마트 샤오산점이 공안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 시설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영업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앞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둥강시에 소재했던 롯데마트 두 곳이 비슷한 이유로 영업이 잠정 중단된 데 이어 세 번째 영업 정지 처분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112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사드 보복 차원에서 영업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노골적인 보복 조치에도 롯데 측은 공식 대응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와의 관련 없는 조치라고 부인하고 있어 섣부른 대응은 자칫 반감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관광에 대한 전면금지령이나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금지 등은 중국 정부가 '경제 보복' 자체를 부인하며 물밑에서 은밀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점에서 뾰족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사드 배치가 몰고 올 예견된 결과이지만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무시하며 안이하게 대응해왔다.
지난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인 7월 19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중국의 보복 우려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있다.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그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중국 정부 측에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게 있을지에 대해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와 국방부의 부지 교환이 마무리되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자 윤병세 장관은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중국 측의 조치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WTO(세계무역기구),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관련 규정 저촉 가능성이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중국 측과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윤 장관은 또 중국 당국의 한국여행 금지에 대해 "대체로 그런 조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부인하는 것 같다"며 "이런 인적 교류에 대해 인위적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이날 "중국 내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차별적 조치를 받거나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WTO와 한중 FTA 등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는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WTO 제소 등 법적 대응 역시 중국 당국이 국제 규범에 명확히 어긋나는 조치를 취했는지를 밝혀내기 어렵고, 제소한다고 해도 분쟁 심사 과정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당면한 보복 조치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까지는 WTO 제소 대응 방안의 실효성을 낮게 봤다. 결국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자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가 면피성 대응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는 사드 배치 일정을 미루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오히려 사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선을 그었다.
윤병세 장관은 "금년 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가능한 이른 시기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공감대가 (한미 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현실에 대해서 외교안보 당국자처럼 민감하게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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