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특검이 청와대에서 꼭 확보해야 할 목록들을 밝힌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특검이 청와대에서 꼭 확보해야 할 목록들을 밝힌다

[전진한의 알권리] 청와대 출입관리시스템 등 확보해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좌절되면서 시민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엄정하게 법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청와대가 사법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 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 조항을 들어 압수수색영장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압수수색과정에서 협의해 얼마든지 분리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특검은 압수수색 장소를 민정수석실·경제수석실·경호실·의무동으로 한정하고 있어 청와대 답변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을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협조할지는 부정적이다. 결국, 특검과 청와대가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 받는 방식으로 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및 참모들이 이미 증거인멸을 완성했을 것이고, 그 결과 압수수색이나 자료제출요구가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증거인멸을 했다면, 증거인멸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흔적을 찾다보면 증거인멸 실행자를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파기 및 삭제 흔적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수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포렌식 수사기법이 발전해 삭제한 디지털 기록을 복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면 특검은 청와대에 어떤 기록 및 저장 매체를 요구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영장에 제시된 민정수석실, 경제수석실, 경호실 등에서 관리하는 대통령기록물생산목록(생산목록)을 확보해야 한다. 생산목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면 이후 실제 보존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과 대비해 삭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생산목록 자체를 변조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변조여부도 전직 청와대 근무자 및 기록전문가들의 협조를 구하면 일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위민시스템(업무관리시스템) 및 RMS(대통령비서실관리시스템) 서버복사본도 확보해야 한다. 이 서버를 확보하면 청와대 각 부처에서 생산되어 기록관리비서실로 이관된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라진 기록들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지시와 관련된 기록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DRM(문서보안시스템) 로그기록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연설문 및 각종 비밀기록이 최순실에게 넘겨지는 과정에서 로그기록을 분석하면 연설문 전달에 협조한 인사들이 정호성 이외에 더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광범위한 대통령기록 유출에 대해 증거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행정정보시스템 확보도 필요하다. 청와대는 각종 행정정보시스템이 존재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인사정보관리시스템, 청와대 출입관리시스템 등 핵심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식단관리시스템 등 매우 사소한 것들도 존재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결정적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행정정보시스템은 어떤 종류로 사용하고 있는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별로 대통령 및 참모들의 요구에 따라 행정정보시스템은 신설 및 폐기되기 때문이다. 행정정보시스템 목록 확보를 통해 이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비밀기록생산통계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형사소송법 111조에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밀기록생산통계자료는 비밀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기에 이 통계확보는 필요하다. 향후 비밀기록의 삭제 부분을 확인할 중요한 근거가 된다.

현 정부의 특검에 대한 수사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 최순실의 거짓증언 및 모르쇠 답변태도, 참모들의 증거인멸의혹이 특검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나빠진 여론에 대해 더욱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당사자들에게 득으로 돌아올지도 미지수이다.

한편 <서울신문> 보도에서 정부 현직 장관·청장들이 업무용 휴대전화를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집단으로 증거인멸죄 및 대통기록무단파기 죄를 적용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 전체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사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참모들은 수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몸부림이 격해질수록 더욱 수렁에 빠져들 것이며, 결과는 더욱 참혹할 가능성이 높다. 짙은 어둠은 작은 불빛을 이길 수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