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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 이메일 문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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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 이메일 문제 드러냈다

[전진한의 알권리] 이메일 기록, 대통령 기록으로 편입해야

박근혜 탄핵 이후, 베일에 가려 있던 청와대 기록관리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각종 대통령 기록 유출, 이메일 업무지시 등 그동안 우려했던 사태들이 터져 나오면서, 공공기록 관리시스템을 다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제도적 정비가 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 압수수색에서 여러 통의 이메일을 확보하면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은 국민연금 측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로 발송된 것으로, 삼성물산 합병 안이 논의되던 지난 2015년 6월부터 7월까지 집중되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 합병 안을 외부 전문위원들이 반대할 수 있다며, 대신 내부 투자위원회로 보내 합병 찬성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검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이재만 비서관에게 보안 해제를 허락받은 후 외부 전자우편을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통해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 말씀자료, 주요비밀기록 등 청와대 내부 자료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청와대나 대부분 공공기관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일반 이메일을 쓸 수 없게 되어있고, 보안관계자의 허락이 있을 때 사용이 가능하다.

청와대의 이런 이메일 업무 지시와 관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공공기록물에서 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물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로 규정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이메일 기록을 명시적으로 공공기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도 실무적 이유 및 관리상 어려움 때문에 공공기록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실태가 이렇다보니, 이메일은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공적으로 관리하는 계정조차도 기록관리 범위에서 빠진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용하던 이메일은 자동폐기 되고, 업무의 흔적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효과덕분인지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것들은 대부분 이메일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린다. 그 결과 이메일은 업무지시 및 협의 등 온갖 행정 및 법률행위를 발생시키지만, 그 과정은 사라지는 기괴한 장치로 변질하고 있는 것이다. 권한은 가지되,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이다. 만약 특검이 보건복지부를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의 삼성합병을 청와대에서 지시했다는 것을 영원히 밝힐 수 없었을 것이다.

이메일을 외부로 유출한 것도 정호성, 이재만 뿐만 아니라 전산관련 직원들이 대거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 이메일 유출은 한·두 명의 모의로 할 수 없다. 실제 청와대에서 작성되는 모든 문서는 문서보안시스템(DRM)이 깔려 있어 문서를 외부로 유출하려면 반드시 DRM 암호를 해제해야 한다.

문서보안 암호해제는 가장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업무이므로 이를 이행하려면 총무비서관등 비중 있는 권한자가 암호를 해제할 대상 문서를 결정해준다. 이를 전산관리담당자가 실행하면 문서명, 요청자, 해제시간 등 관련 정보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청와대 관련자들은 외부로 문서가 유출된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특검이 DRM 서버를 압수수색을 하면 청와대에서 외부로 유출한 기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청와대 이메일은 철저히 관리되지만, 향후 기록으로 편입되어 보존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이메일 업무지시로 크게 문제가 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당시에 청와대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하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국무 장관으로 재직시절 업무에 사적 이메일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는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국무부는 내부 지침상 모든 공무는 공용 이메일을 사용하고 그 근거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국무부 직원 중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게 확인되어 해고당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1993년부터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이메일에 대해 공공기록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우리사회의 수많은 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법제도가 바로 공공기록물법과 대통령기록물법이다. 향후 이메일 기록, 전화녹음기록(정호성), 수첩기록(김영한, 안종범)등 수많은 기록을 공식화 하고 대통령기록으로 편입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결국 모든 증거는 '기록'으로 남고, 그것이 정권의 본질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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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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