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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제1원칙, 자세부터 바로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숨 잘 쉬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이번에 고3이 되는데, 환절기만 되면 비염이 심해져서 힘들어해요. 치료 받을 시간이 없는데, 약을 좀 쓰면 어떨까요?"

종종 소화가 안 된다며 치료를 받던 아이가 오늘은 수험생이란 배낭을 메고 엄마와 함께 왔습니다. 몸 상태를 살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3 수험생의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참 태평하게 그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요. 이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그림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나침반도 없이 시험이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아이들이 많은 걸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고3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취준생까지, 학업에 지쳐 생긴 건강의 문제로 저를 찾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처음에는 몸 여기저기가 약간 아프거나 조금 피곤한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을 깊이 못자고 피로가 가시질 않아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질 정도가 됩니다. 앞선 아이처럼 비염과 같은 특정한 증상이 만성화 되거나 반복되기도 하지요. 이런 환자에게 "사람은 아직 하루의 절반 이상을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하는데 최적화된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이어 시간이 없다면 잠시라도 효율적으로 몸을 고루 움직이길 적극 권합니다.

피곤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다 보니 무작정 수험생에게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졸음을 쫓는 음식을 챙겨먹는 이가 많습니다. 홍삼부터 보약의 대명사가 된 공진단까지 종류도 다양하지요. 어린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카페인 음료를 연달아 마시는 경우는 이제 흔한 풍경입니다. 심한 경우 피로를 쫓기 위해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는 학생의 이야기도 들립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약이 그렇듯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쓴다면 말이죠. 하지만 실제 환자들을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풀어야 할 문제는 덮어둔 채 그저 시험에 좋다는 음식만 챙겨 먹으면 좋겠거니 생각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생각처럼 효과가 나지 않거나, 심하면 탈이 나기도 합니다.

자주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숨을 잘 쉬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무엇보다 기의 순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호흡이 이 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호흡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첫 울음과 함께 시작한 이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합니다. 숨이 곧 생명이죠. 건강 상태를 좋게 유지하고 병을 치유하는데 제대로 숨 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뇌 활성 또한 두뇌로의 기 순환이 제대로 되는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무리 좋은 게 많아도 끌고 갈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지요. 따라서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제대로 숨부터 쉬어야 합니다.

숨을 잘 쉬기 위한 첫 번째는 자세입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거나 책을 오래 보면 자연히 고개를 숙이고 등은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이런 자세가 지속되면 우리 몸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척추에 구조적 변화가 생깁니다. 몸통을 지탱하는 척추가 무너지면 제대로 된 호흡을 할 수가 없지요. 따라서 앉은 자세가 만들어내는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주 스트레칭 하고, 허리는 펴고 턱은 당겨서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흔히 ‘꺼꾸리’라고 부르는 운동기구를 적절히 이용해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척추를 바르게 세우고 나면, 이제 호흡의 통로가 되는 전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숨이 들고 나고 그 힘이 전달되는 통로를 손보는 것이지요. 코와 코곁굴(부비동), 폐와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들, 그리고 위장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먼저 다스려야 합니다. 호흡과 호흡의 힘이 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을 치료해 제대로 숨 쉴 수 있고, 기운이 잘 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호흡에 따른 기의 흐름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말하자면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정비했는데도 흘러갈 기혈의 양(수량)이 부족하다면, 그 때 비로소 부족한 부분을 식품으로 보태주면 됩니다. 무턱대고 물만 부으면 필요한 곳에는 이르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넘쳐 탈이 날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길 바란다면, 먼저 아이가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자세를 살피고, 아이 마음의 숨통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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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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