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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 철회하고 '4월의 기회'를 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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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 철회하고 '4월의 기회'를 잡으라

[정욱식 칼럼] 시진핑 주석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시진핑(習近平)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의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이라고 합니다. 제가 남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께 공개 편지를 띄운 적은 있지만, 중국 지도자께 편지를 쓰는 건 처음입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당국 간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도 눈에 띠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한국인들이 입고 있는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동감합니다. 중국이 사드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MD)를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가 북핵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력하나마 사드 반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 조치에 강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각종 보복 조치로 인해 한국인들이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피해자 가운데 대다수는 사드 배치 결정과 무관한,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입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송을 통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시진핑 주석님과 중국 당국에 세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중단해주십시오. 중국 인민들에게 냉정과 자제를 호소해주십시오. 중국 당국 차원은 물론이고 민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재 조치도 철회되어야 마땅합니다. 한국인의 무고한 피해가 늘어날수록 사드 문제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양국간 감정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큽니다. 한국의 다음 정부가 사드 문제를 재검토하려고 해도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려고 하느냐'는 반발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사드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입니다.

둘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미국을 집중적으로 설득해주십시오. 사드 문제에 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를 반대한다"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드 문제의 1차적인 당사자는 미국입니다.

때마침 미국에선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했고,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님께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모색키로 했습니다. 4월에 중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는 시 주석께서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셋째,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준비해주십시오. 한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는 사드 배치 재검토 의사를 밝히고 있고, 한국에선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 시점은 사드 배치가 결코 완료될 수 없는 5월이 될 것입니다. 이는 한중 양국이 협력적 관점에서 사드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치적, 시간적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는 결코 끝난 게임이 아닙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그리고 미국이 자신의 진정한 이익을 고려한다면, 사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뀔 여지는 있습니다. 사드 기지 후보지인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결사 저지에 나서고 있고 사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들어설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하게 될 것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드 논란이 양국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진핑 주석님과 중국 인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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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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