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사정기관 입장에서 법이 정한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근데 웬일인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마디 더 했다. "박연차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64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공여했다는 피의사실은 박 전 회장의 자백과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공여자만 기소했을 때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 부분도 내사종결했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다. 법리를 비웃는 언급이 요상하다.
▲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연합뉴스 |
우선 표현부터가 적절하지 않다. '(포괄적) 뇌물'이란 표현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라는 표현이 호응하지 않는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금품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그 같은 사실을 알았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중계방송했던 언론이 수없이 읊조렸던 법률 상식이 이랬고, 국민이 반강제적으로 교육받은 법률 상식이 이랬다.
그런데도 검찰은 엉뚱하게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았는지는 일언반구도 없이 박연차 전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 간에 금품이 오간 사실만 갖고 '(포괄적) 뇌물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명기한 금액도 그렇다. 640만 달러 전체를 '(포괄적) 뇌물'이라고 했다. 권양숙 씨가 받았다는 100만 달러와 노건평 씨의 사위 연철호 씨가 받았다는 500만 달러, 그리고 추가로 밝혀냈다는 40만 달러를 뭉뚱그려 '(포괄적) 뇌물'이라고 했다.
밝혀지지 않았다. 권양숙 씨가 받은 100만 달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 시인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연철호 씨가 받은 500만 달러의 성격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에게 건네기 위한 돈이었는지,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정상적인 투자금이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40만 달러 또한 검찰은 100만 달러와는 별개의 돈이라고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100만 달러에 포함된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합산해버렸다. 640만 달러 전액을 '(포괄적) 뇌물'로 규정한 다음 "인정된다"고 했다.
실상이 이렇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내용을 미공개한다고 밝히면서도 할 말은 다 해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거두지 않은 채 오히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했던 말, 즉 "검찰 수사는 정당했다"는 주장을 다른 버전으로 재생했다.
검찰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존했을 때나 서거했을 때나, 공소권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똑같다. 사건의 본질인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중 인지' 관련 증거는 내놓지 않은 채 혐의만 거듭해서 확인한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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