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랬다.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으니 타살적 요소는 있다"고 했다. 검찰이 그랬다.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가지는 말자. 양쪽의 공방을 흥미 위주로 관전하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자살을 부른 전직 대통령 수사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전직 대통령 자살로 국민이 받은 엄청난 충격에 비쳐볼 때 너무 경박하다.
참여해야 한다. 관전자의 태도가 아니라 배심원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일말의 여운도 없이 공방을 끝내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논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양쪽이 대립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를 가려야 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씨가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올해 2월경에야 알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이 그랬다. 돈을 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진술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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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다. '타살 수사'와 '정당한 수사'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임 중에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려고 했던 혐의가 바로 이것이었고,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주장과 검찰의 주장을 모두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고 나면 유일하게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검찰이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해 '올인 수사'를 벌일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어차피 공소하는 쪽은 검찰, 따라서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곳도 검찰이니까 이 경로를 따라가면 된다.
어렵지 않다. 굳이 보물찾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마련돼 있다. 노무현 수사자료다. 검찰 수사의 결정체이자 노무현 항변의 집약체인 진술조서도 작성돼 있다. 검찰이 타이핑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한 자료가 검찰 캐비닛에 보관돼 있다.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이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만 하면 검찰의 '피의자 노무현' 수사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피의자 노무현'의 반박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검찰의 자발적 공개는 기대하지 말자. "수사 배경과 경과, 신병처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오인해서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래서 전국의 검사장급 기관장들에게 설명자료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할 소지는 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내용을 무턱대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월권이자 위법행위일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가 검찰에 노무현 수사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수사자료에 담긴 검찰의 수사 성과 즉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래 끌 일도 아니다. 국회는 국회의 권능으로 요구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의무에 따라 내놓으면 된다. 이렇게 정도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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