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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단'과 대기업 부패 커넥션, 해결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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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단'과 대기업 부패 커넥션, 해결법 있다

[사회 책임 혁명] CSR 종합시책, 정부는 태업을 넘어 의무를 망각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국가의 적절한 기능은 필수적이다. 법 준수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법과 규정의 효과적 적용을 보장하는 데 국가의 역할이 기본적이다."

"정부는 사회적 책임의 인식과 촉진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의 노력을 지원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적인 표준이자 지침인 ISO26000은 3절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에서 '국가와 사회적 책임'을 별도로 기술하고 있는데, 위 내용은 그 일부다. 물론 조직의 사회적 책임 촉진 활동이 국가의 의무와 책임의 효과적 실행을 대신하지 아니며, 또 대신할 수도 없다는 단서도 명확히 달고 있다.

ISO26000은 2010년 11월 소비자, 산업, 노동, 정부, 비정부 및 SSRO(서비스, 지원, 연구, 학계 및 기타 조직)라는 6대 이해관계자 그룹의 참여와 노력으로 개발되었다. 사회적 책임 하면 우리는 통상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le)'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리지만, 표준 제정에 참여했던 6대 이해관계자 그룹이 의미하는 건 언급된 모든 조직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라는 점이다.

정부는 다양한 법과 제도와 정책 등을 통해 다른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촉진하고 장려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런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촉진 측면만으로 한정해서 말하면, 지극히 형식적이고 더 나아가 무관심하고 그래서 우려스럽다.

ⓒ중소기업청

지난해 10월 말, 중소기업청은 '사회적책임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계획(2017~2021)'(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CSR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들의 CSR 경영 수준이 미흡한 실정이라는 인식에 기반해 정부가 제시한 '중소기업용 CSR 시책'이다. ∆CSR 경영의 신규도입 촉진, ∆CSR 경영 도입기업의 역량 제고, ∆중소기업 친화적 CSR 인프라 조성이라는 3대 전략 및 6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현실성이 부족한 방안이 많고, 또 현재 중소기업청의 CSR 예산으로 이 모든 과제를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최초의 기본계획이니 적극 환영할만한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중소기업에 CSR 추진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본계획이 수립·발표되었을 때, CSR 관련 법과 정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중구난방 얼치기 정부의 민낯을 보고야 만다. K스포츠와 미르재단과 연계된 대기업의 부패 커넥션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지금, 대기업의 CSR 정책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대중소 등 산업 전반의 CSR 종합시책이 먼저 수립되고, 그 하위로 중소기업 혹은 업종별 CSR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정부의 CSR 정책 수립이 물구나무를 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중소기업청의 '기본계획' 발표는 '중소기업 진흥법' 제62조의 7, 8, 9 조항(사회적책임경영의 지원, 기본계획 수립, 지원센터 지정)에 근거하고 있다. 2012년 12월 신설된 이 조항은 중소기업의 CSR 경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중소기업 진흥법'보다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발전법'에도 사회적책임경영과 관련한 조항이 있다. 이 법 제18조와 제19조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위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평가하고,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 전체 차원의 CSR 종합시책은 이미 나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CSR 종합시책을 그동안 한 번도 제시한 바 없다. 무려 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말이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중소기업 진흥법'에서는 기본계획 수립의 주기를 5년마다 명기해 놓았고, 산업발전법에서는 CSR 종합시책 수립은 의무지만 수립 주기를 명시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인 허점이다. 그런데 단지 이 때문일까. 이 허점을 이용해 정부는 태업을 했고, 수년 동안의 태업으로 종합시책 수립 의무 자체도 망각해 버렸다고 필자는 추정한다. 산업발전법 상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촉진 조항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신설되었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눈에는 이 지속가능경영도 일종의 기업 규제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고 외면받았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2010년 ISO26000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도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고, 10억도 안 되는 예산을 책정해 놓고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입으로만 말하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산업발전법의 허점은 당장 보완되어야 한다. 문제는 종합시책은 일반적으로 5년을 주기로 수립하는데, 지금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2021년에야 최초의 CSR 종합시책이 수립된다. 너무 늦다. 정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CSR 국가전략 수립'이라는 큰 틀에서 CSR 종합시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ISO26000에서 말하는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말이다. 아울러 대선 주자들도 CSR을 촉진시키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을 공약으로 채택하기를 촉구한다. CSR은 세계적 흐름이며, 부드러운 경제민주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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