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리인 측이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를 보이콧, 즉 대통령 변호인직에서 물러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이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오전에 헌법재판소 소장의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전날 권성동 위원의 언론 인터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장의 말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했다.
앞서 오전 재판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기간 전인 3월 13일까지 탄핵소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자 대통령 대리인 측은 전날 권성동 위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월 초 쯤 탄핵소추 결정이 날 거라고 한 발언을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와 국회가 내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 대리인 측은 "심판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게 뻔하지 않나"
이 변호사는 오전 재판에서 발언한 '중대결심‘ 관련해서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할 것"이라며 "공개적인 곳에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에둘러 대통령 대리인단 측 변호인 전체 사임을 시사했다.
이 변호사는 "전원 사퇴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게 뻔하지 않느냐"라고 재차 전원 사임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나가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주장하는 건 재판부가 신속함을 강조하다보니 공정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에 꼭 선고를 해야 한다는 건 해석상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3월 13일 이후부터는 7명의 재판관으로 탄핵심판을 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월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소장 후임을 임명하고, 대법원에서 3월 14일 퇴임하는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하면 이후에도 재판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한마디로 아직 공석인 장관 자리 인선조차 못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요구한 셈이다. 게다가 헌법재판 소장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추가로 10명의 증인은 채택돼야"
이 변호사는 재판부에 추가 증인 채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오늘 채택되지 않은 증인에 대해 추가로 이유를 소명해 다시 신청할 것"이라며 기각된 30명의 증인 중 최소 10명은 채택돼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39명 중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을 증인을 채택했다.
증인 채택은 국회 탄핵소추 위원이 신청한 증인 7명, 대통령 대리인이 신청한 증인 14명, 양측이 공통으로 신청한 증인 8명이 채택됐다. 대통령 대리인 측 증인이 2배나 많은 셈이다. 그런데도 불공정하다며 추가로 10명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라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재판의 의도적으로 지연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총사퇴'라는 카드를 내걸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총사퇴할 경우, 재판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변호인단 선임 및 '서류 검토 시간' 요구 등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의 지연 작전'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약 대리인 측이 전원 사퇴할 경우, 사퇴 이후 새 변호인을 채택하는 과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