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 임금을 체불한 이랜드가 대국민사과 이후에도 전 계열사에 걸쳐 광범위한 수준의 불법 부당행위를 저질렀음이 확인됐다. 아르바이트생은 물론, 정규직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랜드 측은 미흡한 점을 시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 측은 미흡한 점을 시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은 '블랙기업 이랜드의 실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 "이랜드파크 자연별곡의 한 매장이 작년 12월에도 임금을 15분 단위로 기록하는 '15분 꺾기' 스케줄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15분 꺾기는 대표적 부당 임금 지급 행위다.
알바생 출근시간 조작해 급여 체불
이랜드의 아르바이트생 부당 대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애슐리 한 매장은 올해 1월 3일에도 매니저가 아르바이트생 출근시간을 실제보다 늦게 조작했다. 지난해 11월 11일에는 퇴근시간 기록을 한 시간 앞당겨 노동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은 이랜드가 이미 1차 사과를 했으며, 고용노동부가 이랜드파크 전국 360개 직영매장 근로감독을 실시하던 기간(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이다.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자연별곡과 애슐리 매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대상이었다. 근로감독이 실시되는 한편, 이랜드가 대국민사과를 한 와중에도 태연히 불법 노동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이랜드가 발표한 체불임금 지급 절차의 투명성에 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아르바이트 퇴직자가 이랜드 자체 정산에 의문을 갖고 출퇴근 기록 등을 요구해도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39조 위반이다.
이랜드는 확인된 체불임금 83억 원 중 30억 원을 우선 지급했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적발됐다.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계약직으로 1년을 근무한 후, 회사 사정을 이유로 1년을 더 근무한 후에도 계약직을 6개월 연장한 후 퇴사했다. 이는 기간제법 위반이다.
이랜드그룹 전략기획본부(ESI) 인턴 계약을 맺은 제보자는 거의 매주 토요일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도 월 115만 원 남짓의 임금을 받았다. 인턴계약 종료 후에도 일주일 정도 회사로 불려 나와 무급 노동한 사례도 있었다.
이정미 의원은 "청년에게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불법 노동을 참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해봤자...
이랜드 계열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을 더 선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랜드는 알바생 임금체불 사태 이후 알바생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제보자는 "알바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갈수록 업무량, 노동강도가 더 세진다"며 "알바생 한 명을 추가로 쓰는 것보다 정규직을 월급제로 쓰는 게 인건비에서 이익"이라고 밝혔다.
신발 브랜드 슈펜에서 매장 매니저를 지냈다 퇴사한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성수 회장 등 임원진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매장 직원들은 새벽 1시까지 집에 가지 못하고 청소한 경우도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는 본사 지침이다. 슈펜에서는 여성 노동자에게 생리휴가도 지급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이랜드는 알바생에게 근무복을 강매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금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이랜드 일부 계열사는 직원 교육에 사용하는 서적 역시 직원에게 강제 구매토록 종용했다.
최근에도 이랜드는 알바생에게 근무복을 강매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금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이랜드 일부 계열사는 직원 교육에 사용하는 서적 역시 직원에게 강제 구매토록 종용했다.
종교활동 남은 곳도 존재
이랜드의 불법 노동 행위는 정규직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정미 의원실이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시스템즈는 노동계약서에 기재된 것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하는 종교활동 시간(Queit Time, 이하 QT)을 최근에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대부분 계열사는 정규 노동 시간 이전 1시간의 QT 활동을 가진 바 있다. 노동계약서상 기록된 것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한 셈이다.
이랜드는 대국민사과에서 QT 시간 개선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일부 계열사는 여전히 7시 출근시간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매년 연간 연차휴가 사용 계획을 강제로 쓰도록 해 연차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직원은 계획서상 휴가일이었음에도 업무 때문에 출근하느라 휴가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랜드리테일에서는 포괄임금계약을 넘은 연장근로수당은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는 연장 노동을 했지만, 포괄임금계약제도로 인해 해당 노동 수당은 지급받지 못한 셈이다.
하청업체를 향한 '갑질' 사례도 나왔다. 의류 브랜드 후아유는 대금을 늦게 결제해 2차 체불을 유발했다. 이랜드월드는 1년 가까이 하청업체에 대금 결제를 미루기도 했다.
이정미 의원은 "이랜드가 앞에서는 대국민사과를 해 모든 불법행위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뒤에서는 불법행위를 계속했다"며 "이랜드는 그룹 전체적으로 노동관계법을 예사로 어김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랙기업' 이랜드에 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랜드는 물론, 블랙기업 전체에 관한 제재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보고서 내용에 관해 이랜드 관계자는 미흡한 점을 개선해나가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감독 중 아르바이트생 불법 임금체불이 지속된 건에 관해 이 관계자는 "매장이 많다보니 각 매니저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서 생긴 일"이라며 "현재도 각 매장을 돌며 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퇴직자의 체불임금 관련 기록 열람을 거부한 이유로는 "대상 인원이 4만여 명에 달하다 보니, 일일이 이분들에게 설명을 해 드리기 어려워서 내린 조치"라며 "우선 체불임금 내역에 동의하는 분은 급여를 지급하고, 그 후 더 관심 있는 분은 대면해 관련 기록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에 관해서는 "3월 중 정규직 노동자의 체불임금 문제에 관해서도 정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QT 강요의 경우 "주요 계열사는 이제 정상 출근(8시)한다"며 "실제 지금도 있는 일인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포괄임금계약제도에 따른 임금 미지급 사례에 관해서는 "호텔, 레저쪽 계열사 문제다. 여러 업체를 인수하다 보니, 업무 조건을 통합하기 위해 실시한 제도의 부작용"이라며 "앞으로 점차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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