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8시30분 대구시 중구 동성로5길 25(삼덕동1가 5-2). 박 대통령 생가터에서 대구 시민 2,500여명이 죄수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가짜 대통령' 표지판을 세우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 자리에는 원래 박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이에 분노한 한 시민이 붉은 페인트칠을 해 중구청이 아예 표지판을 철거해버려 비어있었다.
그러자 지역 86개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밤 중앙로에서 12차 대구시국회 후 행진을 한 뒤 이 곳에 아예 '가짜 대통령' 표지판을 세웠다. 시민행동이 자체 제작한 표지판에는 'the birthplace dummy president park geunhye(가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의 출생부터 최근 국정농단 사태까지 짧은 박 대통령의 이력이 적혀 있다.
또 "우리나라가 신정국가 아닌 민주주의국가임을 알리고 우주의 가장 나쁜 기운이 탄생한 이곳을 말끔히 정화하기 위해 이 터에 새 표지판을 세운다"며 "이 표지판을 돌아보며 대한민국과 대구시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위대한 시민들에 의해 새 희망을 싹틔우기 바란다"고 하단에 기재했다.
볼트와 너트로 표지판을 세운 시민들은 이 곳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 "김기춘을 구속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 "국정농단 공범자들을 전원 구속하라"고 외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했다. 표지판을 세운 뒤 시민들은 풍물패의 공연에 맞춰 축제 분위기 속에서 계속 대구 도심을 행진했다.
또 가짜 대통령 표지판 옆에는 임시 소녀상도 들어섰다. 대구백화점 앞에 소녀상 설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중구청 입장이 몇 달째 엇갈리면서 소녀상 설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중구청을 향해 "위안부 아픔을 외면한 윤순영 구청장은 각성하라"며 "소녀상 설치를 허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허가받지 않은 설치물이라 곧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가량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12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최일영 민주노총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 사회로 진행된 집회에는 2,500여명이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 지난주에는 한파로 많은 이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날씨가 풀려 참가자 수가 소폭 늘었다.
시민들은 최근 법원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분노하며 "재벌도 공범이다. 이재용을 즉각 구속하라"고 외쳤다. 또 헌법재판소에 "하루 빨리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도 바랐다. 뿐만 아니라 이날 새벽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는 "남은 건 박 대통령 뿐"이라며 "박 대통령도 하루 빨리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시외버스 운전노동자 이영식씨는 "힘 없는 버스기사 노동자는 2,400원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이재용은 수 백억원을 대통령에게 뇌물로 갖다바쳐도 불구속 수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냐.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권력과 자본 앞에 무너진 사법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서 "이제 사법부도 정신을 차리도록 촛불을 높이 들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카페 하바나익스프레스 디자이너 부장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이 문구를 우리 카페 테이크아웃잔에 넣었다"며 "항상 촛불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생업현장에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넣었다. 작은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함께 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민행동은 설 연휴에는 시국대회를 쉬고 2월 4일 중앙로에서 13차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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