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도 차명으로 된 휴대전화기, 일명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증언, 파장이 크게 일 전망이다. 그간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19일 정 전 비서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언급했다. 정 전 비서관은 "도청 위험성이 있어 만에 하나를 대비해 우리 이름으로 (등록된 전화를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대통령과 차명폰(대포폰)으로 통화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 대리인이 "대통령도 차명폰을 가지고 있었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정 전 비서관은 "그렇다"고 명확히 답했다. 대포폰을 누가 구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대포폰은 주로 불법적 행위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박 대통령의 대포폰 사용 의혹은 지난해 1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초로 제기했다. 당시 안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대포폰을 개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장시호 씨가 6개를 개설했고 그 중 하나를 박 대통령에게 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지급받은 전화기 외에 다른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허위 사실"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전 비서관의 증언은 청와대의 반박을 뒤집는 증언이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문고리'에 해당하는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은 다른 누구의 주장보다 더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에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역시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통화했다. 최순실과 대통령 모두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면 그 자체로 법률 위반 사안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이영선 행정관도 본인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적이 있다. 청와대 내에 광범위하게 불법 대포폰 사용이 만연해 있다는 정황이다. 이 행정관은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때 휴대전화의 번호 일부를 지웠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탄핵소추위원이 "이 행정관이 삭제한 전화번호가 박근혜 대통령의 번호냐"는 질문에 "그 전화기에는 (대통령) 전화번호가 없을 뿐더러 그런(통화한) 적 없다"고 답변했었다.
한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2일 앞으로 대포폰 명의를 빌려준 사람뿐만 아니라 대포폰 사용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근혜, 최순실 씨 말을 들어 연설문 반영하라 지시"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국정 개입 지시를 따른 이유도 박 대통령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 자료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 본인이 직접 펜을 들어 고치신다"며 "이렇게 맨날 하면 힘들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 말을 들어 반영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최 씨 의견을) 챙기라고 하셨는데, (말씀기록) 수정은 정책 내용을 바꾸는 건 아니기에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씨의 국정 개입은 인정하되, 개입 범위는 연설문 수정에만 국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전 비서관은 대리인이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은 연설비서관, 수석실을 통해 본래 의미가 뭔지 확인한 후, (최 씨를 통해) 표현 수정 정도를 했다는 말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네"하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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