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50대의 여성 이민성 씨는 옆에 함께 온 50대의 여성 박금자 씨에게 멀리 보이는 바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가 가리킨 곳은 봉하마을에 뒷편에 위치한 사자 바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곳은 부엉이 바위다.
박금자 씨는 "자기 집 뒤에 있는 바위에서 떨어졌다고 하던데…"라며 말끝을 흐리고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그들과 다른 일행 중 한 명이 "저기는 사자 바위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위는 이쪽. 부엉이 바위"라고 설명해줬다.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 바위를 찾기 일쑤다. 전직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에 황망한 마음으로 봉하를 찾은 조문객들로서는 부엉이 바위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고인의 마지막 절규를 마음에 담는 듯 했다.
이민성 씨와 박금자 씨도 그중 하나였다. 이민성 씨는 다른 일행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야 "어쩐지 TV에서 보던 것과 달라서 이상했다"며 "아마도 이쪽 길로 해서 갔겠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부엉이 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갈 수는 없었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 바위를 찾은 시민들. 이들은 조문을 마친 뒤 사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 뒤 바위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추모의 마음을 전달했다. ⓒ프레시안 |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이곳 부엉이 바위가 보이는 곳에 들러 다시한번 그를 애도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30대의 성민주 씨는 "TV에서 볼 때는 저렇게 까마득하게 높지 않았는데 실제 보니 아찔하다"며 "대통령은 대체 무슨 마음으로 저 곳에 뛰어내렸을지 궁금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새벽에 광주를 출발해 아침에 도착했다는 40대의 박모 씨는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며 "죽는 순간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추모했다.
"죽기 직전 저 곳 바위에 걸터앉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였다. 그는 이 말을 들은 경호원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뛰어내렸다. 난 그것이 나중에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처벌을 면하게 해주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가져오라고 해놓고 뛰어내릴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니 떠나간 그가 안타깝고 그런 그를 잃어서 억울하다"며 또한 "그의 고독과 괴로움을 미처 깨닫지 못해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30대의 여성 박민서 씨는 "뉴스에서 보니 온 몸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들었다"며 '저 곳에서 떨어질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이지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를 저 절벽에서 떠밀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죄하기 전에는 원망이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한편 29일 6시로 예정됐던 발인시간은 서울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해 5시로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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