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고등학생의 글이다. 이 학생은 "쭉 대구에서 살고있는 학생"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이번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라고 되어 있는걸 보고 화가 치밀어올라 이런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윗선에서 지시해 만든 교과서", "위에서 검열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는 교과서", "공개된 내용만 보더라도 박근혜의 불순한 의도가 너무나도 잘 보이는 교과서"라며 "사익만 추구하다 탄핵 직전까지 온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교과서를 믿을 수 없다"고 국정교과서를 비판했다.
특히 "이렇게 글로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역사를 정말 좋아하고 꿈이 역사교사기 때문"이라며 "이 교과서로 수업을 듣는다 생각하니 부끄럽다. 나중에 역사를 남에게 가르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이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구에서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곳이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을 쓴 이는 오는 3월 대구 달성군 한 고등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유모(16) 학생이다. 그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교가 준 교과서 목록 '한국사' 과목 출판사가 국정이라고 나온 것을 보고 화가 나 글을 썼다"고 밝혔다. 유모 학생뿐 아니라 이 학교에 입학을 앞둔 다른 학생들도 같은 글을 교육청 게시판에 썼다. 몇몇 학부모들도 교육청·학교 홈페이지에 항의했다.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정교과서를 믿을 수 없다", "채택을 반대한다", "왜곡과 소수의견이 정론이 돼선 안된다", "올바른 역사관을 위해 국정교과서 비추(비추천)", "국정교과서 채택 위한 연구학교운영 반대" 등의 견해가 16일 현재까지 홈페이지를 도배하고 있다.
대구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확인한 결과, 교육부의 국정화 1년 유예 발표 전 이 자료가 학부모들에게 전달돼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이처럼 친일·독재 미화로 역사를 왜곡하고,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국정교과서에 대해 학교현장에선 이미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교육하기로 하면서,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다수 교육청이 이를 거부한다고 했지만 대구·경북·울산교육청만 동참키로 해 지역사회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교육청은 지난 12일부터 내달 10일까지 한 달 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학교운영위가 결정해 학교장이 교육청에 신청하면 완료된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대구·경북지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구학교에 신청하는 학교가 한 곳이라도 있다면 즉각 반대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김명동 전교조경북지부장은 "역사를 왜곡하고 독재를 찬양하고 비선실세 입김이 작용한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킬 수 없다"며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학교가 있다면 항의집회를 비롯해 채택 철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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