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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더 좋은 정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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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더 좋은 정부 될까?

[서리풀 논평] '공약 구경'만으론 안 된다!

탄핵 심판이 가까워지는 것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현실로 다가왔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씨가 귀국했으니 분위기는 더 달아오를 것이다. 기간이 길고 짧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17년 우리의 삶은 대통령 선거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를 예상하면서 희망과 함께 걱정도 늘어난다. 가장 큰 걱정은 단연, 다음 대통령, 정권, 정부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과 정권이 바뀌는 것만으로, 우리는 더 '좋은' 정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구경꾼이나 평론가의 한가로운 관심이 아니다. 정부와 정권은 집단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삶과 일상, 특히 그 전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정권은 역설적이지만 부정적으로 우리의 삶에 직접 개입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학 입시의 난맥상, 그리고 비선 의료와 태반주사로 대표되는 '의료 게이트'.

촛불과 광장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박정희·박근혜 정부를 거부하는 역할을 해 왔다. 2017년 1월 현재, 탄핵 직전까지 와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루었다. 난장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정치·경제 엘리트의 실상을 드러낸 것도 더할 수 없이 큰 성과다.

대통령 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 질문은 바뀌고 확장된다. 다음 정부와 정권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탄핵만 인용되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곧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위험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거 그 자체가 가진 위험성을 먼저 지적해야 하겠다.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잘 짜인 '퍼포먼스' 또는 기획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줄지 않으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한 연예인 인기투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대통령 후보들이 재래시장, 국밥, 지하철 같은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기사와 화면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지지로 연결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이번 대선도 정확하게 같은 길을 가는 중이다.

거대한 공연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촛불을 들었던 광장의 시민은 어디에 있는가? 집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변화를 열망하는 무수히 많은 정치적 주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한 마디로 시청자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위에 그 코스프레의 허위를 말하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밴드, 카카오에 평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낫다. 작은 민주주의 또는 사이버 주체라도 그게 어딘가. 나머지 대부분은 그저 품평하고 불평하는, 한 사람의 수동적 개인으로 머물러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다른 의미에서도 위험하다. 단기간에 축적된 직접 민주주의의 경험이 대의제의 위선을 폭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이 확인한 대로, 광장의 열기는 탄핵을 넘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를 넘나든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정략적으로 포기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어느 사람인들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보육은 또 어떤가. 우리는 퇴진과 하야, 탄핵을 요구하던 목소리 안에 이 모두가 포함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진하는 정치적 현실은 자기 논리를 충족하는 데에 급급하고, 그 시스템은 주권자가 민주주의의 ‘효능’을 감지하기에 역부족이다. 시민이 말해도 들리지 않고 들어도 반응하지 않으면 어떤 말로도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설득할 수 없다.

대의제로서의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위기가 되지 않으려면 직접 민주주의, 즉 시민의 요구와 열망에 더 긴밀하게 결합해야 한다. 새로운 정권도 마찬가지다. 제도정치의 논리로 시종하는 한, 또 다른 좌절과 실패, 결국 정치적 허무주의로 귀결되기 쉽다.

주권자의 열망과 비전은 '권력'이 되어 대의제라는 제도정치와 결합하고 전환되어야 한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그 통로이다. 정치와 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대체로 두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첫째는 정당. 정당은 (이론적으로는) 조직된 당원으로 구성되고 이들의 요구를 선거 공약으로 만들어낸다. 모든 정당이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한, 주권자의 비전과 여망은 정당의 구성과 그 정당의 집권을 통해 실현된다.

물론,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조차 정당 밖에 의존할 정도다. 당원은 명목일 뿐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경선의 비중이 더 큰 것이 대표적이다. 정당원은 아무 역할도 없는, 완전 국민경선 요구까지 나오는 형편이 아닌가.

현재 정당 소속 대통령 후보들이 내는 약속도 정당과 분리되어 있다. 심하게 표현하면, 각자의 개인기나 개인 의견, 개인 약속에 가깝다. 이른바 '캠프'는 정당 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약속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대통령 선거 공약을 직접 만들고 발표한다.

다음 정권의 비전 만들기에 한정하면, 정당은 없다. 정당이 하는 일은 기껏 과정과 룰에 대한 것이 전부일 뿐, 정당 차원의 전망은 보기 어렵다. 후보를 규율할 공약의 가이드라인이나 공통의 핵심약속 같은 것도 만들지 못할 정도다. 사드 배치 여부도 엇갈릴 정도면, 정당을 통해 주권자의 힘을 표출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 찾기가 아닐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후보 개인과 비교하면 정당이 더 큰 제도성을 나타낸다. 정당은 한 개인(후보)보다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체제'라 부를 만하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가깝지만, 법인세 감세는 한나라당-새누리당-바른 정당으로 이어지는, 체제 또는 정당의 것이다.

또한, 정당 제도는 형식으로라도 주권자에 대한 반응성과 책임을 표방한다. 유권자의 생각을 듣는 척이라도 할 터이니, 선거가 가까워지면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도 정당은 반응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요구를 수렴"하는 것이든, "국민이 만드는" 것이든, "시민과 대화하는" 것이든,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정당이 완전히 허구적 실체가 아닌 한, 이 통로를 활용할 수 있다.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당에 묻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주권자가 권력을 표출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시민/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당이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섹터'의 정치적 역할은 막중하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확대되어 온 과정을 봐도 시민/사회운동의 역할을 의심할 수 없다.

시민, 사회운동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민 개인과 제도 정치를 매개하는 '사회운동'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힘이 유례없이 크게 표출된 현재는 더욱 그렇다. 이때 개인은 사회운동을 통해 발언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탄핵이 대선으로 전환하는 즈음에 사회운동이 매개하는 과제는 이중적이다. 한쪽으로는 시민의 의견과 요구를 받고 모아 '변용'해야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제도정치에 대해 시민을 대표하고 집합적 요구를 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개인 시민과 주권자는 (새롭게) 사회운동을 만들고 바꾸며 움직이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운동도 권력 균형에 영향을 받는 정치 주체인 한, 그들이 대변하는 시민과 주권자의 힘에 따라 권력이 달라진다.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결국 시민이 '갑'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다음 정부에서 재벌, 검찰, 언론이 바뀌려면 공약 구경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이 바뀌고 영리 의료를 막기 위해서도 쇼윈도형 품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과 주권자로서 말하고, 요구하며, 참여하는 정치적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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