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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치권 맹폭'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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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치권 맹폭'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

"정권 누가 잡느냐가 뭐 중요하냐"…"더 이상 패권 안 돼" 언급 눈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길 메시지는 '정치 때리기'였다. 그의 입에서는 "민족적 재앙", "몸을 불사르겠다"는 등 과격한 말들도 거침없이 나왔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기존 정치권, 특히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또 양극화, 경제 위기 등 현안 문제를 언급하며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이다.

반 전 총장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며 "정권을 누가 잡느냐 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대중의 '정치 혐오' 정서에 편승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다. 정말 개탄할 일"이라고도 했다. "정쟁을 중단하고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정쟁으로 나라,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더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부를 겨냥한 듯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모았다.

그는 "귀국 후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겠다"며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곧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정세와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보·경제·통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중·러·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자신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사회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젊은이들의 꿈은 꺾였다"며 "총체적 난관"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사무총장으로서 약자의 인권,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변화, 양성평등을 위해 지난 10년간 열심히 노력했다"며 "지난 10년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전쟁의 참상을 통해 안보가 왜 중요한지 알았다.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했는지, 실패한 나라는 왜 실패했는지 가까이서 지켜봤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도 보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나에게) 권력 의지가 있느냐 묻는데, 그 분들이 말하는 권력 의지가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1류 국가로 만드는 의지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말하는 권력 의지가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정권·권력 쟁취하겠다는 거라면 저는 권력 의지가 없다"며 "오로지 국민·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느냐 하는 의지라면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의 23만 달러 수수설,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의 부동산 사기 혐의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저의 귀국에 즈음해서 저 개인에 대해 여러 얘기가 떠돌고 있고 방송·신문에 보도되고 있다"며 "그 모든 게 진실과는 전혀 상관 없다. 경험과 식견을 살려 조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의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0여년 간 대한민국에서, 유엔에서 국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며 "지극히 편파적 이익을 앞세우 일부 인사들 보여준 태도에 유엔과 제가 나름의 큰 상처를 많이 입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명예, 또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는 "정쟁"을 "분열"과 등치하고, 그 맞은편에 "애국심"과 "대통합"을 배치하는 구조로 돼 있다. 전형적인 '정치 혐오'의 문법이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국정원, 애국심, 성공적) 그는 지난달 21일에도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인가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자신에 대한 검증이나 의혹 제기를 "왜곡·폄훼", "진정성과 명예를 짓밟는 행태"로 몰아붙인 것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윤관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어 "자신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의혹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대신 '진정성을 짓밟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면서 "당당하게 국민의 검증대에 오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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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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