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빗대어 나는 '망한자(亡韓者)는 사드'라는 말을 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을 망하게 할 수 있는 '존재론적인 위협'으로 북핵을 들고는 그걸 막겠다며 사드를 들여놓겠다고 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 즉 황교안 권한 대행체제는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망국의 위협은 북핵보다는 사드로부터 초래된다고 생각한다. 북핵은 억제할 수 있지만, 사드 배치로 인해 초래되는 피해는 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드는 북핵을 막는데 무용지물이다. 이건 전문적인 식견이 없어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최대 사거리가 200km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들 앞에 평면도를 펼쳤다. 그리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 "대한민국 전체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지역에 사는 우리 국민(2천여만 명)의 안전을 더 굳건히 지켜드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대다수 언론도 맞장구를 쳐준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평면도를 보면 속기 쉽지만 측면도를 떠올리면 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는 40km이고 최고 요격 고도는 150km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사드 요격 범위에 접근하면서 40km 밑으로 날아오거나 아예 150km를 넘어가버리면 요격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북한은 현존 미사일만으로도 사드를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린 무방비로 살아야 하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미동맹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북핵 사용이 자멸에 이르는 길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북핵은 억제 가능한 것이다.
반면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억제 불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헬조선'을 실감하는 국민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외교 관계는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고, 중국이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마저 조성되고 있다. 대국을 자처하면서도 대국답지 못한 행태이다. 나 역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합당한 측면이 있지만, 그 보복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中 사드 보복, 박근혜 이후를 보라)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신들도 피해를 보고 있지만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드가 아직 배치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이 정도라면 기지 공사가 시작되고 기어코 사드가 들어오면 중국의 대응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사드가 한국 땅에 있는 한 한중관계의 회복도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걸 감수해야 하나? 우리가 과연 중국과 등지고 살 수 있을까?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러시아는 또 어떤가? 피해가 없는, 아니 오히려 정치적 이익과 상업주의에 물든 보수 정치인과 언론은 "경제보다는 안보"라고 주장하지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사드가 안보를 지킬 수 있다면 논쟁거리라도 되겠지만, 북핵 방어엔 무용지물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초래하는 안보적 자해 조치이지 않은가?
단언컨대,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북핵을 잡을 수 없다. 반면 사드 배치 철회, 최소한 유보는 북핵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은 이 역설을 이해하는 정치 리더십의 창출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물론 그 몫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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