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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서석구의 황당한 태도가 노리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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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서석구의 황당한 태도가 노리는 것이 있다

[기고] 정치피로증후군을 우려한다

탄핵 심판과 최순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하나는 어린애도 웃고 갈 정도로 심각한, 관련자들의 통일된 모르쇠 태도다. 다른 하나는 탄핵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와 같은 이가 보이는 황당한 태도다. 촛불집회에 맞불을 놓기 시작한 박사모(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의 행태 또한 이에 속한다.

이 두 가지 태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바보가 아닌데도 그러한다. 의도적이다. 그것도 심각하고 심대한.

저들의 태도는 한곳을 겨눈다. 한곳으로 모인다. 집광렌즈의 초점에 햇빛이 모여 불씨를 만들어 낸다.

저들의 목표는 지연작전과 보수층 결집이다. 지연작전으로 대중의 정치피로증후군을 유발하고, 이를 오랜 기간 확산·증폭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그리고 이른바 꼴통 보수와 온건 보수를 묶어 하나의 보수층을 만들고자 하는 데에 있다.

바보 연출, 국민 눈 돌리려는 연극
꼭두각시 박근혜를 앞세워 정국을 콘트롤하는 이들에게 탄핵심판이나 최순실 재판 결과는 이미 뻔하다.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정작 그들이 노리는 건 이 과정의 통일된 '바보극' 연출로 국론을 분열해, 정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현 정국을 길게 끌고 가기를 원한다. 탄핵 사태를 적극 방어할 목적이라면 탄핵심판 법정에 더 많은 이들이 나가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데, 도리어 소극적 방어로 일관한다. 기괴한 소리만 내뱉는다. 재판관들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야 관련 소식을 듣는 국민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야당 대권 후보들은 이렇게 조성된 정국 혼란을 부추기는 데에 자발적으로 빼어난 조연이 된다. 예측이 명확해지는 시점이 가까워올수록 (벌써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너도 나도 나서서 서로를 헐뜯거나 짓밟고 올라서려 한다. 낯 뜨거운 짓, 꼴사나운 짓도 서슴지 않게 된다. 숟가락만 넣으면 제 입으로 들어올 것만 같은 밥상이 눈앞에 차려졌기 때문이다.

이 꼴을 보고 국민은 더 신물이 난다. 정치피로증후군이 심화한다. 결국, 점차 많은 사람이 그저 하루빨리 조용해지기만 바라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누가 대권을 잡은들, 서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

피로증후군의 결말은 명확하다. 금속피로는 무쇠 기차 바퀴에 금을 낸다. 부부피로증후군은 이혼 도장으로 이어진다. 정치피로증후군에 시달린 유권자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다. '그놈이 다 그놈'이라는 경멸과 자조는 여태 대물림된 지겨운 업보였다.

'콘크리트'는 단단하다

촛불 정국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층이 있다. 지지율 조사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큰 목소리를 무조건 싫어하는 이른바 점잖은(?) 잠재적 우파 보수층이다.

그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보라는 말만 나오면 그 말을 꺼내든 자의 저의는 생각해 보려 하지 않은 채,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변한다. 우리 사회의 '잠재적 우파'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은 박정희 시대의 안보 교육에 완벽하게 세뇌된 '꼴통 보수'다. 종북은 무조건 '때려잡자 김일성'과 동격이고, 종미(從美)는 언제나 '자유의 벗'이다. 그런 이들이 이 나라 국민의 5분의 1은 될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층 35%'는 '꼴통 보수'에 온건 보수층이 합세해 나온 수치다. 이전투구의 정치판이 반복 보도되면, 어느새 제발 조용히 살자고 자신들의 '둥지 안녕'만을 떠올린다. 나는 욕심 없이 살아왔음을 내세우며,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다는 태도를 앞뒤 재지 않고 비판하는 걸 당연시한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 시끄러워만 보이는, 이른바 진보 진영과는 애초부터 선을 그어 놓았다.

'87년 재연', 박근혜 되살린다

차기 대선이 언제 열릴지가 관심사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봄부터 염복 사이가 될 듯하다.

후보는 최소한 3인 이상이 될 조짐이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다시금 보수층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함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겨우 30%대에 근접하는 역대 최소 득표율로 정권을 거머쥘 것만 같다. 1987년의 경험이 생생히 손에 잡힐 듯한 요즈음이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3파전에서 각각의 득표율은 36%, 28%, 27%였다.

꼴통 보수와 온건 보수의 합체 로봇이 실제로 나온다면, 그리하여 다시금 보수층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는 꼭두각시 박근혜 덕분으로 풀이될 것이다. 탄핵 국면에서 저들이 이어가는 바보 연기가 우리의 정치 관심을 흩뜨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가 이 나라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남긴 진짜 흑역사가 될 것이다.

뒤이어 박근혜는 그 한 몸을 던져 이 나라 '정통 보수' 명맥을 살린 사람으로 다시금 상찬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본인 역시 영어(囹圄, 감옥)의 몸이 되는 최악의 길을 피했다고 안도할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는 밝은 역사로 나가야 하는 당위가 남았다. 이미 국민의 정치의식 토양에 관한 대대적 밭갈이가 시작됐다. 이 중요한 시기가 과거의 재연이 되리라는 우려가 기우로 판명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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