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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개혁' 열쇳말은 관행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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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개혁' 열쇳말은 관행과 제도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관행의 제도화, 제도의 관행화

2016년 중국 내부 정치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면 관행과 제도가 중첩되어 나타났다. 즉 어떤 부분에서는 관행과 관례의 선택적 수용과 계승이 유지되었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사안에 따라 새로운 관행과 관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7년에도 이러한 관행의 지속과 새로운 관행의 출현이 하반기 개최 예정인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행과 제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이 재현될 것이고, 이는 관행의 제도화와 제도의 관행화를 둘러싸고 내부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인치(人治)'와 '당치(黨治)'에서 '법치(法治)'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관행의 선택적 수용과 적용은 첨예한 갈등을 내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중앙 주최로 2016년 11월 11일 쑨원(孫文) 탄생 150주년 기념대회, 11월 29일에는 주더(朱德) 탄생 13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이 외에도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샤오치(劉少奇), 천윈(陳雲), 덩샤오핑(鄧小平) 등 이른바 사망한 주요 지도자들에게 대한 기념 활동이 때에 맞춰 거행되었다. 이와 같은 기념 활동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관행에 기초하고, 그 관행은 이미 제도적인 틀로 정착되어 있다. 따라서 기념 활동의 참여 주체, 내용, 범위 등과 관련하여 그 어떤 것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임의적으로 기획되고 조직되지 않는다. 이미 관행화된 제도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7월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실, 국무원 판공실은 <고인이 된 당과 국가 영도 동지 탄신 기념 활동 거행에 관한 통지>(關於舉辦已故黨和國家領導同志誕辰紀念活動的通知)를 하달한다. 그해 1월 덩샤오핑의 사망을 계기로 고위급 지도자들의 기념활동 관행을 제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상황 인식에 따라 새로운 관행을 만든 것이다. 이런 맥락에 따라 지난 2016년 11월 쑨원과 주더의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해당 <통지>는 "고인이 된 주요 당과 국가 지도자 기념 활동은 매 10주년 기념일에 고인 관련 글(文章)을 발표하고 기념회를 개최한다. 기념회는 중앙 관련 부문이 주최하는 기념 좌담회를 갖고, 탄생 지역에서도 기념 좌담회를 개최한다. 특히 중앙 부문이 주최하는 기념 좌담회에는 중앙 지도자들이 출석하고 발언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쑨원과 주더의 기념식을 중앙 차원에서 준비하고 해당 기념식에서 시진핑이 중요 발언을 한 것 모두 이에 근거하고 있다.

2016년 12월 30일, 15년 동안 충칭에서 재임했던 황치판(黃奇帆) 충칭 시장이 사직했다. 충칭시 제4기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32차 회의는 황치판의 충칭시 시장 직무 사임의 청구를 받아들여 사직을 결정했다. 이 결정 또한 지방 성부급 관원은 만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는 관행화된 제도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1952년생인 황치판은 2016년 말 현재 만 64세로 2017년이면 만 65세로 진입하기 때문에 지방 수장의 연령 제한 규정의 제약을 받게 된다. 그동안의 공과에 따라 전국정협 등 명예직이나 여러 협회 수장으로 이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 현직 수장의 연령 제한이라는 관행적 제도에 의해 사직이 결정된 것은 분명하다. 이는 분명 중국정치가 비록 선택적 수용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관행의 제도화가 정착되어가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이 역시 관행의 제도화 그리고 제도의 관행을 보여주는 것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송을 통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에도 이러한 관행의 제도화와 제도의 관행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인치'를 극복하고 '법치'로 나아간다는 이른바 '대개혁' 시기의 패러다임적 변환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12년 가을 시진핑 집권 이후 이른바 시진핑식 집권 청사진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시기를 거쳐 통용되던 '혁명'과 '건설'과는 다른 통치 패러다임을 그려가고 있다. 이를 '새로운 시기' 혹은 '대개혁' 시기로 부르기도 한다. 즉 시진핑식 집권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등 '혁명'과 '건설'의 시기와는 달라야 하고, 그 다름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외교, 국방 등 전 영역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시진핑 집권 기간 사회 전 영역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정책과 실천은 비록 그 간판(이름)은 같을지라도 내용은 마오쩌둥 시기나 덩샤오핑 시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관행도 예외가 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필요한 경우 관행을 제도로 정착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다.

지난 2016년 12월 25일 제12기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제25차 회의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베이징시(北京市), 산시성(山西省), 저장성(浙江省) 국가감찰체제개혁 시점 공작 전개에 관한 결정>(全國人大常委會關於在北京市、山西省、浙江省開展國家監察體制改革試點工作的決定)을 통과시켰다. 12월 26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결정은 감찰위원회 합병 기구 및 탄생 방식, 인원 구성, 임면 방식과 직책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시점 지역 감찰위원회는 관리 권한에 따라 해당 지역 모든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직 인원에 대해서 법에 의거하여 감찰을 실시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감찰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한 것이다.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당조직이나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당내 감찰기구 성격을 가진 것과는 다르다. 결정에 의하면, 감찰위원회는 감독(監督), 조사(調査), 처치(處置)의 세 가지 직권을 행사하고, 직권 이행을 위해서 담화(談話), 문의(訊問), 심문(詢問), 조회(查詢), 동결(凍結), 조회(調取)、봉인(查封), 압류(扣押), 수사(搜查), 현장조사(勘驗檢查), 감정(鑒定), 유치(留置) 등 12개 관련 조치를 채택했다. 이 조치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감찰 방법을 제도로 구체화한 것이다.

시진핑은 또한 당내 정치생활이나 당내 감독 집행 과정에서 '고급 간부'들에게 관행적으로 요구하던 역할을 제도로 정착시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18기 6중전회 공보는 '고급 간부'라는 용어를 10차례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고급 간부란, <중공중앙보밀위원회 고급간부의 당과 국가 비밀 보호에 관한 규정>(中共中央保密委員會關於高級幹部保守黨和國家秘密的規定)에 따르면 "당과 국가기관 및 인민단체 안에서 부성부급(副省部級) 이상 간부들이며 여기에는 부성부급 이상 대우를 받는 퇴직 간부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은 '새로운 시기' 중국의 안정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간주하는 '고급 간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고급 간부'에 대한 기존 관행적인 개념 규정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시진핑은 '고급 간부'를 '중앙위원,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구체화했다. 이러한 개념의 구체화는 새로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당내 정치 생활과 당내 감독에 그대로 적용되어 제도화 과정을 걷게 될 것이다.


2016년 12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중앙정치국은 민주생활회(民主生活會)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늘 인민 군중과 소통하고 인민 군중을 늘 마음과 머리 속에 두어야 한다(中南海要始終直通人民群眾, 我們要始終把人民群眾放在心中腦中)"고 강조했다. 이 역시 당과 군중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행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군관계(黨群關係)의 기존 관행과 새로운 관행이 조정되고 통합되는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지는 토양과 출발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판과 자아비판이 당내 정치생활과 당내 감독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새롭게 재해석될 것이고, 기존 비판, 자기비판과는 다른 시진핑 시기의 새로운 비판의 모형이 새로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될 것이다. 18대 들어 세 차례(2013년 6월 22일-25일, 2015년 12월 28일-29일, 2016년 12월 26일-27일) 민주생활회가 개최되었다. 비록 전문회의(專門會議)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2016년 말 '민주생활회'라는 이름으로 '민주생활회'를 정착시키면서 19대 기간 '민주생활회'가 제도적 관행으로 정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역시 새로운 관행이 제도로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진핑 집권 4년 동안 중국 정치의 전통인 '관행의 제도화'와 '제도의 관행화'는 필요시 선택적으로 운용되어왔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보면 2017년 그리고 19대 기간 관행, 제도와 관련된 논의와 실천이 계속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어떤 관행을 따르고', '어떤 관행을 만들 것인가'이다. 제도화라는 큰 흐름 속에 기존 관례 혹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던 비제도적인 이른바 '인치'의 유산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은 분명하지만 환경 변화와 상황 인식에 따라 '관행의 제도화'와 '제도의 관행화'는 선택적 수용과 적용의 과정을 걷게 될 것이다. '누가'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무릇 시진핑 개인의 몫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핵심' 지위를 획득했고 이는 정책과 인사에서 '최종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행'과 '제도' 변화 역시 '핵심' 권위의 마음과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2017년 '개인'과 '집단'의 조화와 함께 '관행'과 '제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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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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