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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을 '사정'하라

[법치의 표리(表裏)]<10>"검찰에 자정 맡겨 둘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가 곧 결정될 예정이란다. 마치 검찰총장이 전권을 가진 양 불구속 기소냐 구속기소냐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한다. 그 와중에 유죄를 기정사실화하고, "통합을 위해 불구속이니 사면이니"하는 은전론을 둘러싼 음모론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교차하여 무성하다.

사법절차가 제대로 개시되기도 전에 영락없이 또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전과자'로 낙인찍힌 꼴이다. 더욱 가관이게도 이런 저런 기회를 틈타 살풀이하듯 인신공격이나 모욕주기에 슬그머니 걸쳐드는 비겁한 언론인, 학자, 운동가, 공무원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지천이다. 그럼에도 정작 그 고상한 입들에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공허하고 위선적인 다짐 외에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하는 진지성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 임채진 총장의 좌고우면은 국정원 개입설 등의 논란을 낳고 있다ⓒ프레시안

전반적인 공안통치와 사법권의 정치예속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진행된 박연차 리스트 수사상황은 우리가 자랑했던 민주화 20년의 성과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민주화 20년은 한국 사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안겨준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민주정부 10년이 검찰에게는 "인고(忍苦)의 세월"이었다는 자평이 흘러나올 정도로 과거 절대권력에 사유화되었던 권력기관은 그 주어진 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박연차 부패스캔들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세청, 경찰, 검찰과 법원마저도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증거하고 있다. 더구나 부패한 권력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져감을 보여주고 있다. 죽은 권력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만 산 권력은 역시 과도하다는 걱정이 무성할 정도로 무디게 다룬다는 의혹이 크다.

죽은 권력에 대한 표적수사에 검경은 물론이고 국세청, 국정원의 관여의혹이 커져만 간다. 이로써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의 화두에 대한 관건이 최근의 사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정기관을 어떻게 사정할 것인가의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고 그 남용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권력을 감시할 기관을 두는 것이 첫걸음이다. 부패나 권력남용으로부터의 자정의지나 사회적 공감대는 필요요건이며 외부적 통제의 제도화는 그 충분조건이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살아있는 권력이 부패와 남용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하는 새로운 반부패와 권력통제정책을 고민할 단계다. 무엇보다도 사정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낳을 수 있는 사정기관의 부패와 권력남용을 통제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조리 행정부에 귀속된 사정기관

국가인권위원회의 경험은 이점에서 그 가능성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왜 현정부가 그토록 인권위의 무력화에 집착하는 지를 들여다보면 해법이 보인다. 인권위는 검찰, 경찰 등 사법집행기관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감시를 주요업무로 한다. 지난 십여년간 인권사각지대의 인권수준의 향상은 독립기관으로서의 인권위의 역할이 나름의 기여를 한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인권위를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두려는 것이 현정부 인수위의 희망이었으나 여론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 차선책이 인권위의 조직축소였고 최소한 현재까지 그 시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권위의 기능축소로 사법집행기관의 인권실태는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부패와 관련한 사정기관은 분산되어 있다.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가 각각의 권한으로 부패업무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대통령 소속이거나 국무총리 소속 등으로 행정부에 귀속하고 있다. 스스로 직무수행상의 독립기관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소속상 독립기관으로 출범했던 인권위마저도 직제령을 통해 무력화의 기초를 마련한 것처럼 행정부 소속 기관에서 권력의 핵심부를 통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더구나 이런 권력기관이 스스로의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

또 다른 측면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국회의 경우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의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특별검사제 등도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민간에서 권력을 통제해야할 주류언론은 스스로 정치화하거나 상업화하고 부패카르텔에 편입되어 오히려 사회악의 근원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의 역량에 기대기에 권력의 장벽은 너무나 높다.

참여정부의 최대 실책은 등잔밑의 부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보다도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부패척결을 위한 확실한 제도화에 실패한 것이다. 검사들과 대화할 것이 아니라 검사들이 국민의 공복으로 진정 국민을 위한 법치를 실현하는 공무원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줌도 안되는 정치성 수사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었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만사를 제쳐두고 사정기관을 사정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를 독립기관으로 제대로 설치하였어야 했다.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공소권을 장악하고 법원과 맞장 뜨는 기개를 자랑할 정도로 막강하다. 그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정점에 대한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생생한 경우도, 그리고 그 살아있던 권력의 힘이 사그라지는 바로 그 순간 법과 원칙의 이름으로 정색을 하며 사정의 칼날을 뽑아드는 모진 일이 반복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이제 호흡을 가다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단추를 다시 끼울지를 고민하자. 결론은 사정기관을 사정하는 것이다. 바로 이 길만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위의 권력자들이 4년 뒤 맞게 될 '불행한' 사태를 막는 길이다. 권력에 달콤함에 취해 이런 공자말씀을 들을 여유가 있을 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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