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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박' 이후, '영신'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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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박' 이후, '영신'은 가능할까?

[사회 책임 혁명] "박근혜 없는 미래로는 부족하다"

2016년 병신년을 보내고 2017년 정유년을 맞는 사람들의 개인적 감회는 각양각색이겠지만,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다르지 않지 싶다. 현재 탄핵 심판을 받느라 청와대에 칩거 중인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드는 '광장인'이든, 시대착오적인 '박사모'이든 누구에게나 관심사는 '박근혜'다.

'박근혜'와 관련한 쟁점은 단순하다. 그가 스스로 물러날 기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현시점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하느냐와, 소추안 인용으로 탄핵 심판의 결론이 나면 박근혜 씨가 어느 수위의 사법 심판을 받게 될 것인가 정도다.

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이 신년사에서 "(탄핵 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근혜 씨의 퇴진 시기는 박근혜 측의 지연작전에도 불구하고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아닌 개인 박근혜 씨에 대한 사법 처리는 이후 정치적 상황과 국민 여론에 의거해 시간을 두고 결정되겠지만, 구속을 모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헌재 박 소장이 신년사에서 "탄핵심판 심리가 우리 헌정 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고 "헌재는 오직 헌법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법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 만큼 탄핵 기각은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국민의 믿음에 부응해 헌법재판소가 맡은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박 소장의 언급은 사실상 탄핵 인용을 예고한 셈이다. (그러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만약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나라는 해방 후 정국 상황에 필적하는 끔찍한 혼란에 직면하여 그 향배를 누구도 짐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칭 진보라는 어떤 모험주의자들은 이 같은 사태를 학수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2016년 마지막 날 '박근혜 퇴진 10차 촛불집회' 모습.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빗댄 '송박(送朴)'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송박' 이후에 '영신'이 가능할까는 불확실하다. '영신'을 논하기에 앞서 박근혜 정권의 공과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창조경제' 운운한 박근혜 씨의 공약이 실현된 부문을 들자면 유일하게 성형 산업이 있겠다. 선출직 최고위직에 오른 제법 나이 든 인물이 일상적으로 성형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은 박 씨 개인이 근무 시간과 비선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성형 산업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여성 대통령의 미용 시술을 일각에서 사생활과 관련지어 옹호하며 많은 의혹 제기를 간단히 부당한 것으로 치부하나, 이 같은 논의는 문제의 핵심이 미용 시술이 아니라 미용 시술의 방법과 시기임을 일부러 외면한 사악한 옹호이다.)

보톡스와 필러는 물론 무슨 리프팅이니 하는 다양한 성형 시술 방법이 전 국민에게 소개되었고, 대통령을 모델로 한 '시술 전과 후(BEFORE vs. AFTER)'의 비교 효과가 모든 언론을 도배하였으니 천문학적 광고 효과를 거둔 셈이다. 중국 등 해외 언론에도 우리 선진 성형 기술이 대서특필되었다. 박근혜 씨는 분명 국내 성형 산업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공과 중에서 이것 말고 공을 더 찾아보자니, 필자가 '박사모'나 '엄마부대' 소속원이 아니어서 그런지 잘 찾아지지 않는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관련 한일 외교협상 등 모두 부적절한 의사 결정이었다는 판단이 든다. 물론 사드 배치 등 몇몇 의사 결정에는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 결정 자체의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결정을 도출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졌기에 정상적인 민주 정부의 의사 결정이라고 강변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박근혜 씨를 상징하는 동물과 연관해 조류독감(AI)의 창궐이 박 씨 때문이라고 비난하나, 술자리 유머지 정색할 비판은 아니다.

이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송박영신'이 되려면 결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박근혜'라는 인물을 그저 청와대에서 나오게 하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박근혜'라는,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든 정치체제를 반성하고 바꾸어야 한다. 총체적 반성과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 그 주체는 촛불을 든 '광장인'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한 사람만 나가고 '박근혜'를 만든 그 시스템과 사람들을 그대로 둔다면, 또 다른 '박근혜'가 나타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땐 조류독감이 대규모로 발발한다면 술자리에서 누구 탓으로 돌릴 텐가.

2016년에 1000만 명이 촛불은 든 이유가 단지 '박근혜' 한 명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면, 그 많은 광장인의 노고(勞苦)가 너무 초라하다. 광장에서 우리는 현재의 부패와 죄악을 단죄하지만, 동시에 과거를 반성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 '박근혜' 없는 미래로는 부족하다. '박근혜'를 만들어낸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는 미래이어야 한다. 물론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하여도 2017년에 당장 '송박영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첫걸음은 내딛어야 한다. 앞으로 한 발 내딛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뒷걸음질치게 돼 '송박영박'의 도로(徒勞)로 2017년 연말에 '내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하며 자괴감을 느끼게 될 게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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